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7일 대전 유성구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다시 과학기술인을 꿈꾸는 대한민국' 국민보고회에서 정책을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7일 과학기술 인재 양성과 연구개발(R&D) 혁신을 골자로 한 종합대책을 내놨다. 인재 육성 체계부터 연구현장 환경 개선, 기업 수요 연계까지 '전 주기 개편'을 외쳤다. 큰 틀에서 "방향은 맞다"는 반응이 나온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구체적 실행안이 빠졌다"는 지적도 동시에 나온다.

가장 먼저 '국가과학자'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세계 수준의 연구자 100명을 선정해 연 1억원 안팎의 연구활동지원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기존 '국가석학' 제도와 달리 연구비뿐 아니라 대외활동비 등으로도 폭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었다.

다만 "그 정도론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제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실장은 "국가과학자로 뽑힐 만한 연구자에게 연 1억원은 유인책이 되기 어렵다"며 "정책 목표인 자긍심 고취에도 미흡한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선정 규모를 줄이더라도 한 명당 1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실장은 R&D 데이터 공유 정책에 대해서도 "분야별 형평성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연구 과정에서 생산된 데이터를 폐기하지 않고 공유 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바이오 분야는 데이터 확보 비용이 낮아 효과가 크지만, 소재·에너지 분야는 비용 대비 효용이 크지 않다"며 "분야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 인재 육성 대책에도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과학기술원과 영재학교—대학 간 연계를 강화하고 지역 인공지능(AI) 허브를 키우겠다고 밝혔으나, 지원이 일부에 집중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KAIST 등 과학기술원(IST) 중심으로 AI+X 지원이 이뤄지면, 전체 예산 중 상당 부분이 IST 대학에 쏠릴 수 있다"며 "일반 종합대학의 경쟁력이 뒤처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IST 대학은 카이스트(KAIST), 광주과기원(G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 과학기술특성화대학을 뜻한다.

그는 "이미 세계 수준 경쟁력을 갖춘 주요 종합대학들이 교육부의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과 과기정통부의 IST 중심 지원 사이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며 "일반대와 IST 대학 정책이 충돌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원생 대상 생활장려금(스타이펜드) 확대에 대해선 "취지는 좋지만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건비를 올리는 만큼 연구비 직접비도 확대돼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실무에서 인건비와 연구비가 충돌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연구책임자(PI)가 예산 문제로 겪는 어려움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며 "실은 기숙사나 연구 인프라 확충이 더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AI 영재학교 신설 같은 조기 특화 교육 정책을 두고도 신중론이 제기됐다. 석차옥 서울대 화학부 교수는 "10~20년 뒤 AI와 과학 환경은 지금과 전혀 달라질 수 있다"며 "융합적 사고를 키우려면 오히려 폭넓은 교육이 필수"라고 했다.

석 교수는 R&D 시스템이 구조적으로 변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연구개발 성과 부족의 원인은 평가 체계뿐 아니라 과제 목표를 과도하게 설정해온 '탑다운' 구조에도 있다"며 "빠르게 변하는 환경에 맞춰 연구자가 주제를 자율적으로 설정·발전시킬 수 있도록 '미들업'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이번 대책 발표에서 우주항공 분야에 대한 언급이 없었던 점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박병곤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우주항공청 출범 이후에도 과기정통부 정책에서 여전히 소외되는 사례가 있다"며 "천문연·항우연 등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정책에 배제되는 경우가 적잖다"고 했다.

홍순정 과기정통부 미래인재정책국장은 "이번 전략은 경청·통합 원칙에 따라 200여 회의 현장 소통, 온라인 정책 제안, 민·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거쳐 마련됐다"며 "이제 큰 틀을 제시한 단계로, 이후 구체안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인규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대책은 대학–대학원–연구소–기업–대학으로 이어지는 전 주기 연구 생태계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단기 붐 조성이 아니라, 과학자가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다음 달 열릴 '과학기술·AI 장관회의'에서 구체안을 내놓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