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근육 줄기세포를 몸 밖에서 회춘시킨 후 다시 주입하자 근섬유 단면적이 45% 더 커지고 부상 후 회복력도 높아졌다./챗GPT 생성 이미지

'연금보다 근육'이란 말이 있다. 행복한 노년을 위해서는 돈보다 근육이 더 중요하다는 의미다. 노화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노쇠하면 근육이 급감해 병에 잘 걸리고 회복도 잘 되지 않는다. 과학자들이 근육이라는 자연 연금을 축적할 방법을 찾아냈다. 근육 줄기세포의 기능을 복원하는 회춘(回春) 치료다.

미국 듀크대 의대의 제임스 화이트(James White) 교수 연구진은 "나이 든 생쥐의 근육 줄기세포를 몸 밖에서 젊게 만든 다음 다시 늙은 쥐에 주입하자 근육이 젊은 쥐처럼 재생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노화'에 발표했다.

근육이 손상되면 근육막에 있는 줄기세포가 세포를 재생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근육 줄기세포가 줄고 세포 재생력도 떨어진다. 듀크대 연구진은 근육 줄기세포의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리프로그래밍, 즉 역분화를 유도해 근육을 회춘시킨 것이다.

부상 후 1주일이 지난 근육 단면. 근육 세포막은 녹색, 새로 생성된 근육 세포는 빨간색, DNA는 파란색으로 보인다./Zhihao Jia(CC BY 4.0)

◇지방산 생산 높여 근육 세포 늘려

연구진은 근육 줄기세포의 노화는 글루타민 분해 효소가 감소한 탓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사람으로 치면 70대에 해당하는 생후 24개월 생쥐에서 근육 줄기세포를 추출해 30대에 해당하는 6개월짜리 생쥐의 근육 줄기세포와 비교했다. 늙은 근육 줄기세포는 글루타민 분해 효소가 51% 적었다.

글루타민 분해 효소는 근육 재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줄기세포가 근육세포로 자라려면 크기가 몇 배나 커져야 한다. 그만큼 세포막을 형성하고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지방산이 많이 필요하다. 글루타민 분해 효소는 팔미트산과 올레산 같은 지방산을 만든다.

연구진은 근육 줄기세포의 역노화에 성공했다. 인체에 무해한 바이러스를 통해 글루타민 분해 효소를 만드는 유전자를 24개월 생쥐에서 추출한 근육 줄기세포에 추가했다. 이 줄기세포를 다시 같은 나이 생쥐에 주입하자 근섬유 단면적이 45%나 커졌다. 유전자 추가 없이 늙은 쥐의 근육 줄기세포에 팔미트산, 올레산을 추가해도 같은 근육 재생 효과가 나타났다.

말하자면 노화된 근육 줄기세포에서 크게 줄어든 효소 유전자를 바이러스에 실어 넣어주면, 글루타민을 분해해 팔미트산, 올레산 같은 지방산을 더 잘 만든다는 말이다. 이렇게 근육 줄기세포가 회춘하면 근육이 커져 운동 능력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다쳐도 금방 회복됐다. 근육 연금이 쌓인 것이다.

그렇다고 지방산을 먹어 근육을 키울 수는 없다고 연구진은 강조했다. 식품으로 보충한 지방산은 근육 줄기세포까지 거의 가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오히려 지방산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암세포에 영양분을 주는 역효과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줄기세포 회춘도 노화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져 노쇠해진 사람에게나 효과가 있지 운동선수처럼 이미 근육 줄기세포가 충만한 사람은 이 방법으로 근육을 더 키우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줄기세포 회춘이 운동선수가 신체 능력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도핑 수단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미국 롱제버론의 근육 줄기세포 치료./롱제버론

◇줄기세포 임상시험에서 근육 회춘 효과

줄기세포 역노화는 동물실험에서 효과를 확인했지 아직 인체에서는 효능과 안전성을 시험하지 않았다. 대신 근육 줄기세포를 주입하는 치료는 이미 인체 대상 임상시험에서 근육 재생 효과를 보였다.

미국 마이애미대 의대의 조수아 헤어(Joshua hare) 교수는 지난 2월 국제 학술지 '셀 줄기세포'에 노쇠 환자들에게 근육을 만드는 골수 줄기세포를 주사하자 보행 거리가 20% 늘어났다고 밝혔다. 뼈 속 골수에 있는 중간엽 줄기세포는 근육과 연골, 뼈, 지방 등 다양한 조직 세포로 자랄 수 있는 성체 줄기세포이다.

헤어 교수가 창업한 바이오 기업 롱제버론은 18~45세 건강한 성인의 골수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했다. 이를 몸 밖에서 배양해 세포 수를 수억 개로 늘려 노쇠 진단을 받은 고령 환자들에게 정맥 주사로 주입했다. 9개월 후 줄기세포 주사를 맞은 환자들은 가짜 약을 투여한 대조군보다 6분간 60m를 더 걸었다. 근육세포가 재생되면서 근력이 향상된 덕분이다.

헤어 교수는 "노쇠 정도를 1점(매우 건강)에서 9점(심각한 노쇠)으로 평가했을 때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3분의 1이 2~3점으로 회복됐다"며 "더 이상 노쇠하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영국 노인학회에 따르면 중증 노쇠 환자는 1년 내 사망할 확률이 다른 사람보다 5배 높다. 줄기세포로 얻은 근육 연금이 생명을 살리는 셈이다.

참고 자료

Nature Aging(2026), DOI: https://doi.org/10.1038/s43587-026-01120-3

Cell Stem Cell(2026), DOI: https://doi.org/10.1016/j.stem.2026.0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