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조선DB

발기부전 치료제로 유명한 비아그라가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루스 브라우어(Ruth Brauer)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약학대 교수 연구팀은 비아그라가 뇌의 혈류를 개선해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학(Neur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발기부전 진단을 받고 기억력에 문제가 없는 남성 26만9725명의 의료 기록을 분석했다. 평균 추적 관찰 기간은 5년이다. 의료 기록을 분석한 남성의 절반 이상은 비아그라(실데나필)과 아바나필, 바르데나필 등 PDE5 억제제를 복용하고 있었다.

비아그라는 원래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를 위해 개발됐지만, 뜻밖의 효과가 나타나면서 발기부전 치료제로 사용됐다. PDE5 억제제는 정맥과 동맥을 이완시켜 혈액이 더 잘 흐르도록 한다. 음경으로의 혈류를 증가시키는 화합물인 cGMP를 분해하는 효소 PDE5를 억제하면서 나타나는 효과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PDE5 억제제를 복용한 남성들은 비사용자들보다 알츠하이머 위험이 낮았다. 특히 21~50개의 비아그라 처방전을 받은 남성들의 알츠하이머 위험도가 많이 줄었다. 추적 기간이 지날수록 PDE5 억제제 사용자와 비사용자 사이의 알츠하이머 위험도 차이는 커졌다.

다만 비아그라 처방만을 두고 분석했기 때문에 다른 변수들이 고려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육체적으로 활동적인 남성이 비아그라를 찾는 만큼 애초 알츠하이머 발병 가능성이 작을 수 있다. 실제로 2021년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은 비아그라와 알츠하이머가 연관이 없다는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브라우어 교수는 “약물이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지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제공한다”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의 알츠하이머병에 대한 이러한 약물의 효과를 살펴보기 위해 적절한 임상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참고자료

Neurology, https://doi.org/10.1212/WNL.0000000000209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