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화이자 미국 뉴욕 본사./GETTY IMAGES/AFP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가 개발한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치료제 가격이 무려 48억원에 달한다.

화이자는 FDA가 이 회사의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베크베즈(Beqvez, 피다나코진 엘라파보벡)를 승인했다고 26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베크베즈의 미국 정가는 무려 350만달러로, 한화로 약 48억원이다. 이는 호주제약사 CSL베링이 2022년 최초로 시판 승인을 받은 B형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헴제닉스’와 같은 가격으로, 세계 의약품 중에서 가장 비싼 치료제다.

혈우병은 혈액 내 응고인자라고 불리는 단백질 생성 조절 유전자의 결핍으로 발생하는 출혈성 질환이다. 결핍 인자에 따라 크게 혈우병A와 혈우병B 등으로 분류하는데, A는 제8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된 것이고, B는 제9혈액응고인자가 결핍된 것이다.

혈우병 유전자치료제 가격이 비싼 이유는 일주일 또는 한 달에 여러 차례 정기적으로 혈액응고인자를 정맥 주입해야 하는 기존 표준 치료법과 달리, 한 번 주입으로 결핍된 혈액응고인자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게 되는 획기적인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로써 환자의 1년 동안 예상되는 출혈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화이자의 베크베즈는 혈우병 B형 환자가 제9혈액응고인자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치료법은 다른 사람의 혈장 농축 제제를 사용하는데, 이 치료제는 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설계해 혈액응고인자를 직접 주입한다. 아데노바이러스벡터(AVV) 캡시드와 고활성도 혈액응고인자 제9인자 유전자를 결합한 방식이다.

이번 승인은 중등도 중증·중증의 성인 남성 B형 혈우병 환자를 대상으로 베크베즈의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한 임상 3상에서 도출된 결과가 바탕이 됐다. 베크베즈 투여 환자의 연간출혈률(ABR)은 1.3으로, 1년 동안 예상되는 출혈률을 71% 감소시킨 것으로 평가됐다.

현재 중증 B형 혈우병 환자가 평생 의료 시스템에 2000만달러 이상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원샷’ 유전자치료제가 연간 출혈을 감소시키고 예방요법을 줄이거나 없애 환자의 경제적 부담을 크게 낮출 것이라는 게 제약기업들의 얘기다. 앞서 CSL베링이 출시한 혈우병 치료제 ‘햄제닉스’는 1년 동안 예상되는 출혈률을 54%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화이자는 임상 프로그램을 통해 15년 동안 장기적인 치료 지속성과 안전성을 계속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혈우병B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센터 설명에 따르면, 혈우병 B의 주 증상은 외상, 치아발치, 또는 외과적 수술 이후 초기 출혈이 멈춘 후 출혈이 계속되는 것이다. 중증 혈우병 B 환자는 관절강내에 혈액이 차 있는 출혈 관절증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중증 혈우병 B의 경우 생후 1년 이내에 진단이 가능하다. 치료받지 않은 경우 2~5개월 사이에 자연 출혈 증상이 나타난다. 중등도의 혈우병 B의 경우 외상 이후에 계속된 출혈 증상이 있으며 5~6세 전에 진단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