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백신 사업 입찰 담합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녹십자(006280)·보령바이오파마·SK바이오사이언스(302440)·한국GSK(글락소스미스클라인) 대표들이 내달로 예정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제약사는 지난 2013년부터 2019년 동안 국가 백신 입찰 사업에서 총 7000억원 규모의 담합을 한 것이 적발돼 올해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백종헌⋅이종성⋅최영희 의원은 내달 11일로 예정하는 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녹십자 허은철 대표, SK바이오사이언스 안재용 대표, 보령바이오파마 김기철 대표, 한국GSK 관계자 등 국내 백신 사업자를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결정했다.
국감 증인 신청은 여야 간사간 협의가 필요하지만, 백신 담합 제약사 대표를 증인으로 부르는 것에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의원들이 이들을 증인으로 신청하기로 한 것은 사안이 위중하기 때문이다.
이들 제약사는 백신 입찰에 담합해서 입찰 가격을 높인 것이 적발돼 올해 7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총 409억원 규모의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공정위는 2019년 한국백신 등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으로 검찰에 고발했는데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담합 정황을 발견해 공정위에 고발을 재요청했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9년까지 낙찰 예정자와 들러리 회사, 입찰 가격을 정해놓고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백신 총판이 직접 입찰에 참여해 의약품도매상을 들러리로 세우고 낙찰을 받았다. 백신 제조사는 담합을 지시하고, 직접 들러리를 섭외했다.
이들이 담합한 것은 모두 정부 예산으로 집행하는 국가예방접종사업(NIP) 관련 백신이다. 정부가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에서 담합이 이뤄지다 보니 비싸진 백신 구매 가격만큼 정부 예산 부담으로 돌아갔다. 담합 품목은 인플루엔자·간염·결핵·파상풍·자궁경부암 백신 등 24개였고, 담합을 통해 참여한 입찰 횟수는 170차례, 백신 입찰 담합 규모는 총 7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입찰 담합으로 낙찰된 147건 가운데 80%인 117건에서 낙찰금액이 기초금액을 넘어섰다. 기초금액은 조달청이 입찰 이전 계약가를 참고해 정하는 시장가격이다. 국회 복지위 관계자는 "경쟁 입찰에서는 낙찰가격이 기초가격보다 낮기 마련이다"라며 "담합이 실제로 정부의 구매 가격을 높였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질병청에서 백신 사업자들의 이런 담합을 몰랐다면 무능이고, 묵과했다면 나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