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둘러싼 메디톡스(086900)와 휴젤(145020)의 공방이 국가정보원과 대통령 경호실 출신의 맞대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휴젤이 지난해 연말 국가정보원 특정1급 출신 인사를 고문으로 영입한 데 이어 메디톡스는 청와대 출신 인사를 감사에 앉혔다. 소송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양측의 물밑 작업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휴젤은 지난해 연말 국정원 특정1급 출신 인사를 고문으로 영입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이 인사는 지난 2021년 퇴임한 인물로, 퇴임 직후 휴젤로 합류해 비상근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젤은 주름 개선과 같은 미용에 주로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 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대중적 이미지와 달리 보툴리눔 톡신은 맹독성 물질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독소로 불린다. 과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생물무기로 활용되기도 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보툴리눔 톡신을 탄저균과 함께 생물테러에 활용될 수 있는 병원체 중 가장 위험한 범주인 ‘A 물질’로 분류하고 있는 배경이다.
업계는 휴젤이 국정원 인사를 영입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고 있다.
국내에선 국정원과 질병관리청, 산업통상자원부, 대테러센터가 보툴리눔 톡신을 관리하고 있다. 이들 기관은 지난 2021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 관리 실태 점검 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보툴리눔 톡신 제조 기술은 국가 핵심기술과 전략물자로 분류돼 불법 수출 차단을 위해서도 국정원이 예의주시하고 있다.
휴젤의 인사를 두고 메디톡스와 벌이는 소송전 대비에 본격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메디톡스는 지난해 3월 휴젤이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을 도용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최종 판결은 내년 10월로 예정됐다.
메디톡스는 최근 대통령경호처 출신 인사로 맞불을 놓았다.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이영래 전 대통령 경호실 기획관리실장을 선임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에서 대통령경호실 인사부장과 기획관리실장을 거쳐 차장 직무대리까지 역임했다. 2016년 청와대에서 물러난 뒤 2020년부터 메디톡스 고문으로 일하다가 올해 감사로 선임됐다.
업계에선 두 인물이 소송전을 직접 지휘하는 직책은 아니지만 여러 인적 네트워크로 후방에서 지원사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국정원 출신 인사를 영입한 것은 맞다”면서도 “소송과 별개로 사업 추진 과정에서 전략 조언을 하는 고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