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말까지 감기약 약제 가격 인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뜻을 제약업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감기약 약값 인상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가격 인상 폭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종근당과 한미약품을 포함해 감기약을 생산하는 주요 제약사들은 가격 인상폭에 따라 최대 1억정(캡슐)을 추가 생산할 수 있다고 정부에 전달했다. 제약사들은 현실적으로 현재 50원 수준인 조제용 아세트아미노펜 650㎎의 약값를 100원 이상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세금 문제가 걸려 있는 만큼 인상 폭을 두고 최종 결정을 해야 하는 보건복지부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정부, 제약사에 12월 감기약 약제 가격 인상 절차 마무리 의사 전달
8일 정부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오는 12월을 목표로 감기약 약값 인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감기약 약값 인상은 제약사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위원회에 약값 인상 신청을 하면 본격 추진된다. 이미 국내외 감기약 생산 업체들은 인상 신청을 마무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심평원은 제약사 신청을 받은 뒤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논의한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개별 제약사의 협상을 거쳐 복지부가 최종 결정한다. 정부 관계자는 “관련 절차들이 있지만, 최종 결정하는 복지부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제약사들에게 12월까지 감기약 인상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시한을 못 박았다”라며 “심평원과 건보공단도 빠르게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논의를 지속하고 있다”라고 했다.
실제 감기약 약값 인상은 기정사실화됐다. 정부는 최근 국내외 제약사 6곳을 불러 모아 약값 인상과 같은 제도적 지원을 적극 추진하겠다며 감기약 생산 독려를 당부했다. 이전까지 약값 인상에 대해 ‘검토 중’이라며 원론적 입장만 밝혀왔던 복지부가 약값 인상 추진을 직접 언급한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약값 인상을 위한 정부의 본격적인 절차는 이르면 11월 17일로 예상되지만, 복지부가 의지를 드러낸 만큼 더 앞당겨질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심평위는 이달 17일과 12월 8일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예정한 상태다. 심평위 관계자는 “회의 일정은 유동적일 수 있다”라고 했다.
◇'약값 인상 폭 관건’…”인상 폭에 따라 최대 1억정 추가 생산”
국내외 제약사들은 정부의 약값 인상 추진을 반기면서도, 적정 수준의 인상 폭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국내서 공급 차질을 빚는 감기약 제품은 해열진통제 중 특수조제용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 650㎎인데, 일반용과 조제용의 가격은 1정당 각각 200원, 51원이다. 두 제품 가격 차는 149원이다. 제약업계에 생산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서는 최소 149원은 인상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국내 일부 대형 제약사들은 수익이 크지 않은 제품은 일부만 생산하고 대부분의 물량을 외주에 맡긴다. 생산 주문을 받은 수탁사들은 수익성이 크지 않지만,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생산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수탁사 입장에서는 감기약 생산 물량을 안 받겠다고 하면 다른 일감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인다”라며 “현재 수탁업계에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라고 했다.
제약사들은 정부에 건의한 인상 폭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지만, 최대 150원 이상을 써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지부와 약값 인상 회의에 참여했던 한 제약사 관계자는 “그동안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생산을 이어왔다”라며 “과거부터 정부에 지속해서 건의를 해왔었고, 최대한 인상 폭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제약사 관계자 역시 “정부에서 얼마나 수용해줄지는 알 수 없지만, 최대한 많이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소 100원 이상은 해야하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종근당과 한미약품은 감기약 약제 가격이 어느 정도 조정돼 원가만 보존할 수 있다면 정부 정책에 호응해 연간 1억정 규모를 직접 생산할 수 있다는 입장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가 계획대로 물량을 공급한다면 ‘감기약 품절 대란’ 해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해 감기약 대란 이후 같은 해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세트아미노펜 제품이 6월 7일부터 7월 25일까지 약국 등으로 일평균 300만정(캡슐) 수준으로 공급됐다며 원활히 공급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 관계자는 “약값 인상 추진 의사를 밝힌 만큼 빠르게 진행하겠다”며 “인상 폭은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 정해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