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공급 부족으로 전세난이 심화하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를 중심으로 국민 평형의 전셋값이 20억원을 넘어선 단지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일주일 새 전셋값이 최고 6억원 뛴 곳도 있다.
2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체결된 전용면적 '60㎡ 초과~85㎡ 이하'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보증금이 20억원을 넘는 계약 건수는 총 25건이다. 2024년 같은 기간 보증금이 20억원 넘는 전세 계약이 5건, 지난해가 16건이었던 것과 비교해 늘어난 수치다.
전셋값이 가장 비싼 곳은 성동구 성수동1가 '트리마제'였다. 트리마제 전용 84㎡는 지난달 11일 보증금 24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3억원),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22억원) 순이다. 거래 단지를 자치구별로 분류하면 서초구가 2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성동구 2건, 강남구 1건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셋값의 상승폭도 확대되는 추세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이 전주 대비 전셋값이 가장 높게 상승한 서울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1일 14억원(33층)에 거래됐던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114㎡는 지난 17일 6억5000만원 뛴 20억5000만원(25층)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직전 거래와 단순 비교한 값이긴 하나, 지난해 초 전셋값이 15억~16억원대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가파르다.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전용 114㎡는 일주일 새 전셋값이 11억원에서 15억원으로 4억원 올랐다.
송파구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전세 거래는 금액 편차가 있긴 하지만, 이달 들어 상승세가 특히 가팔라졌다"며 "다주택자가 세 놓던 매물을 팔면서 전세 매물이 급감하자, 직전 거래 대비 보증금을 2억~3억원 높인 매물도 거래가 빠르게 체결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4월 셋째 주(20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 대비 0.22%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12월 넷째 주(0.23%)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자치구별로는 송파구와 성북구가 각각 전주 대비 0.39% 올라 서울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는 것은 공급 부족 탓이다. 부동산R114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아파트 일반 분양 물량은 1만7216가구로 직전 분기 대비 61.5% 감소했다. 입주 물량 감소는 임대차 시장 불안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서울 전역 및 경기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2년 실거주 의무가 생긴 데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경우 6개월 내 반드시 전입해야 하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