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울 지역의 준공 물량은 물론 분양·착공 물량도 모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공급 절벽이 향후 몇 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시장의 불안도 당분간 진정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연합뉴스

31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올해 서울에서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1만6810가구로 추정된다. 현실화한다면 지난 2012년의 1만8484가구 이후 최소치다. 부동산R114가 연초 전망한 분양 물량이 4만4722가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38% 수준이며, 9월까지 분양을 마친 아파트는 5347가구로 연초 예상치의 12%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올해 서울 아파트 분양 예정 물량은 3만6245가구로 예상돼 오히려 지난 2018년 이후 가장 큰 규모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1만2032가구의 둔촌주공을 비롯해 1000가구 단위의 재건축 단지들이 줄줄이 오는 2022년으로 분양을 미루면서 분양 물량이 급감한 것이다.

다른 기관 역시 다소의 차이는 있어도 비슷하게 예측하고 있다. 부동산인포는 올해 서울에서 이미 분양했거나 분양 예정인 아파트 물량을 총 1만1886가구로 집계하면서, 연초 예상치 1만9643가구보다 39.5%(7757가구)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줄어든 공급지표는 분양(예정) 물량뿐이 아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서울 주택 착공 실적은 모두 3만4125건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만1214건에 비하면 33.4%나 줄어든 수치다. 최근 10년 치 통계를 봐도 최저치이며, 지난 2015년 이후 5만건 아래로 떨어진 것도 2019년 4만3355건 이후 처음이다.

부문별로는 공공부문의 착공 건수가 지난해 1833건에서 3126건으로 70.5%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민간부문이 4만9381건에서 3만999건으로 37.2% 줄어든 것을 상쇄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서울의 주택 인허가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늘어났다는 점이다. 지난 8월까지 인허가 건수는 5만638건으로 지난해(3만3319건)에 비해 5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2015~2017년 사이 같은 기간 인허가 건수가 5만~6만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는 부족한 수준이다.

착공부터 실제 공급까지 2~3년, 인허가부터는 그 이상 시간이 소요되는 것을 고려하면 당분간 신규 주택 공급도 뚜렷한 해법이 나오기 힘들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당장의 공급 수준을 보여주는 준공 실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8월까지 서울의 주택 준공실적은 4만7475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5508건에 비해 14.5% 감소했다. 준공 실적 역시 공공부문은 지난해 1576건에서 6086건으로 4배 가까이 늘었으나, 민간은 오히려 5만3932건에서 4만1389건으로 23.3% 줄어들었다.

정부가 공언한 공급 대책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7일 2·4대책의 일환으로 4112가구 규모의 증산4구역과 연신내역(427가구), 쌍문역 동측(646가구), 방학역(409가구) 등 총 5594가구를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예정지구로 지정해 내년 말부터 사전청약할 것이고 발표했다. 하지만 당초 공언한 33만 가구 중 극히 일부분인 데다, 다른 지역들은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어 추진에 의문부호가 붙는다.

지난해 8·4 공급 대책의 핵심이었던 ▲태릉골프장(1만가구) ▲용산 캠프킴(3100가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용지(2000가구) 등 유휴 공공부지 활용안도 주민 반발 등으로 난항이 계속돼 가시적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주택 공급은 인허가 이후 최대 10여년, 착공부터는 통상 2~3년이 소요된다”며 “앞으로 3년 정도는 서울 내 신축 주택 공급이 부족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야 신축 공급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당장 신축에서 해답을 찾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며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기존 주택들을 시장에 공급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해 연구원은 “현재 기존 주택들이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대출 규제와 양도소득세”라며 “양도소득세의 경우 다주택자들의 매도를 옥죄고 있고, 대출 규제는 무주택자들의 주택 수요나 1주택자들의 갈아타기 수요에 상응하는 공급을 차단하고 있어 이 부분부터 먼저 손을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R114 통계 기준으로 서울의 입주 물량이 올해 3만2000가구에서 내년 2만 가구, 2023년 2만2000가구로 많지 않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나 대출 규제·금리 인상 기대로 상승 폭이 둔화됐지만, 구조적 수급 문제는 해소되지 않고 억눌린 상황”이라며 “재고 매물 순환으로 공급 대체 효과를 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양도세 등 때문에 막혀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전문위원은 “결국 근본적인 해법은 공급량 확대”라며 ▲서울 내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의 용적률을 높여 물량을 늘리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3기 신도시의 용적률을 높이고 자족 용지·녹지를 줄여서라도 입주 물량을 최대한 확보하며 ▲분당·일산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리모델링을 촉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