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과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2월 23일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정부부채(D2) 비율이 올해 54.4%에서 2029년 60%를 넘어설 것이라며 한국을 '부채 비율의 상당한 증가'가 예상되는 국가로 꼽았다. 정부·청와대는 "IMF 전망이 항상 맞았던 것은 아니다"라며 "과장된 것"이라고 잇따라 반박했다.

IMF는 매년 4·10월 두 차례 향후 5년 뒤까지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 전망을 내놓는다. IMF가 2014~2026년 발표한 보고서의 중기 전망을 실제 성적과 비교해 봤더니, 대체로 전망한 대로의 흐름이 실현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재정학회장을 지낸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로서는 IMF 수치가 과장됐다고 느낄 여지도 있겠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지금의 부채 증가 속도는 우려하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래픽=정서희

◇ 코로나 전부터 韓 부채 급증 경로 제시한 IMF

조선비즈는 26일 IMF가 2014~2026년 발간한 재정 점검 보고서(Fiscal Monitor)상 한국의 GDP 대비 D2 비율 전망과 실제 D2 성적을 비교했다. D2는 국가채무(중앙·지방정부 부채)에 국민건강보험공단·서울교통공사 등 비영리 공공기관 부채를 포함한 지표로, 국가 간 부채 비교에 주로 활용된다. 한 해 D2 성적은 다음 해 말 집계돼 발표된다.

앞서 IMF는 2016~2019년까지 한국 부채 비율이 대체로 40% 이내에 머물 것이라고 예상했고, 실제로도 그랬다. 코로나 이후 부채 비율이 50% 가까운 수준으로 급등할 것이라는 것도 IMF는 2019년 비교적 일찍 예측했다.

특히 2019년 10월에 전망한 2023년까지의 전망은 오차가 0~2%포인트(p)대에 불과했다. IMF 전망치와 실제 수치를 보면 ▲2019년 40.1%(전망치)·39.7%(실제 수치) ▲2020년 43.4%·45.9% ▲2021년 46.4%·48% ▲2022년 49%·49.8% ▲2023년 51.3%·50.5%로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정부는 16일 보도 설명자료에서 "IMF(2021년 4월호)가 2023년 D2 비율이 60%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종 실적은 50.5%였다"는 등 전망치가 실제로 달랐다고 지적했다. 다만 증가 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흐름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실제 부채 비율이 낮았던 것은 2022년 이후 정부가 부채 비율을 낮추기 위해 총지출 증가율을 억제하는 등 건전 재정 기조 정책을 추진한 영향도 있었다.

2019년 4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미세먼지 등 국민안전'과 '민생경제 지원'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 사전 브리핑 모습. (오른쪽에서 두번째) 당시 기획재정부 2차관이던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의 모습이 보인다. /재경부 제공

◇ IMF '확장 재정' 권고할 땐 적극 수용해 추경 했던 정부

한편, IMF가 한국에 늘 긴축만 주문했던 것은 아니다. IMF는 2016~2019년 한국이 재정 여력이 상당하다고 보면서 오히려 확장 재정 기조를 권하기도 했다. 한국 정부는 2019년 당시 이런 IMF의 권고를 들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고, 코로나 국면인 2020~2021년에도 총 6차례 추경을 단행했다. 한 민간연구기관 연구원은 "정부가 시기마다 IMF의 메시지를 취사선택한다고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재정 전문가들은 정부가 IMF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한국재정학회장인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정작 정부가 제시한 중기재정운용계획을 보면 GDP 대비 4% 안팎의 재정수지 적자가 상당 기간 이어지는 경로다. 이런 계획은 재정 건전성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겠다는 신호로 보기 어렵다"며 "IMF의 경고는 이런 흐름에 대한 당연한 반응으로 볼 수 있다"라고 했다.

이철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정준칙 도입 같은 기본적인 노력조차 하지 않는 것은 외부에서 볼 때 '재정 여력을 갈 데까지 써보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