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김봉균 KT 엔터프라이즈부문장(부사장)이 KT클라우드 대표를 겸직하면서 KT의 클라우드·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 지휘선이 본사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KT 엔터프라이즈부문은 기업·공공 고객 대상 B2B(기업간 거래) 사업을 총괄하는 조직으로, KT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사업과 고객 기반이 겹칩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겸직 인사를 계기로 KT클라우드가 독립 법인 체제에서 벗어나 본사와 사실상 통합 운영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김 부문장은 지난 16일 KT클라우드 대표에 선임됐습니다. 이달 1일 시행된 조직개편에서 KT의 B2B 사업을 총괄하는 엔터프라이즈부문장에 오른지 보름 만입니다. KT 엔터프라이즈부문은 통신망, 보안, 클라우드, 인공지능전환(AX) 사업을 묶어 기업 고객에 제공하는 조직입니다. 업계 안팎에선 기업 고객을 상대하는 본사 영업 조직 수장이 클라우드 자회사 대표를 겸직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 본사 영업망과 AI 인프라 결합… KT클라우드 독립 색채 약화

최근 기업들의 AI 도입은 단순 클라우드 서비스를 넘어 전용회선, 보안, 데이터센터, 컨설팅이 결합된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본사 영업망과 클라우드 자회사가 분리된 구조로는 대형 프로젝트 수주에 속도를 내기가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특히 KT클라우드의 핵심 사업인 AI 데이터센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인프라와 전력, 네트워크가 결합된 고부가 사업으로 통신사의 차세대 성장 축으로 꼽힙니다.

KT클라우드는 지난 2022년 KT에서 분사해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사업을 전담해 왔습니다. 당시에는 독립 법인 체제를 통해 전문성과 투자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성장축이 AI 데이터센터와 GPU 기반 인프라로 이동하면서, 기업 고객을 직접 상대하는 KT 본사 조직과의 결합 필요성이 더 커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부문장의 겸직은 KT클라우드의 독립 경영 색채를 약화시키고, 본사 엔터프라이즈부문 중심으로 클라우드·AI 인프라 사업을 재정렬하려는 신호로 읽힙니다. 법적 합병 여부와 별개로 양 조직 간 경계를 낮추는 '사실상 통합 운영'이 먼저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입니다.

◇ 법적 합병은 변수 많아… "사업 통합이 먼저" 관측

다만 실제 합병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입니다. KT클라우드는 분사 과정에서 IMM크레딧앤솔루션 등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해 6000억원 규모의 외부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합병을 추진할 경우 투자자 지분 정리와 기업가치 산정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임직원 고용 구조와 조직 통합 부담도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KT가 최근 보안 투자 확대 등으로 재무 부담을 안고 있는 점 역시 변수로 꼽힙니다.

업계에서는 KT클라우드의 향후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KT 본사와의 법적 합병입니다. 클라우드·AI 인프라 사업을 본사 엔터프라이즈부문 안으로 흡수해 영업과 투자, 의사결정을 일원화하는 구조입니다. 다만 FI 지분 정리와 기업가치 산정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두 번째는 법인은 유지하되 본사 중심의 사실상 통합 운영을 강화하는 방식입니다. 김 부문장의 겸직 체제가 여기에 해당한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본사가 고객 전략과 수주를 주도하고, KT클라우드는 데이터센터와 AI 클라우드 운영, GPU 인프라 확보를 맡는 구조입니다. 공공·금융·기업 고객은 KT 본사 B2B 조직이 확보하고, 실제 GPU·클라우드 인프라는 KT클라우드가 제공하는 방식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도 KT 본사와의 결합은 불가피합니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대규모 고객 영업과 인프라 운영이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시나리오로 거론됩니다.

결국 법적으로는 별도 법인을 유지하지만, 사업 운영 측면에서는 KT 본사 B2B 조직과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KT클라우드의 독립 경영 색채가 점차 옅어지고, KT의 AI·B2B 전략에 편입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클라우드 회사 단독으로 추진하기가 어려운 구조"라며 "본사 영업망과 네트워크, 보안, 전력·부동산 전략이 함께 움직여야 하는 만큼 이번 겸직 인사는 KT가 AI 인프라 사업 주도권을 본사 중심으로 가져오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법적 통합보다 사업 통합이 먼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