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에 위치한 알뜰폰 스퀘어 매장./뉴스1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와 진행한 알뜰폰 도매대가(망대여료) 인하 논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알뜰폰 요금제에서 대다수를 차지하는 정액형 요금제(RS) 도매대가 인하에 대한 내용이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알뜰폰 요금제 중 90% 이상이 정액형 방식으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뜰폰 요금제는 정액형과 종량제(RM) 방식으로 나뉜다. 정액형은 통신 3사와 같은 구성의 상품을 가져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는 요금제를, 종량제 방식은 알뜰폰 업체가 자체적으로 구성한 요금제를 뜻한다. 정액형의 경우 가입자 1명당 월 요금 일부를 도매대가로 통신 3사에 지급하고, 종량제는 가입자가 사용한 음성·문자·데이터 양을 계산해 사후 지불한다.

◇ 과기정통부 “정액형 알뜰폰 요금제 도매대가 인하는 논의 사안 아냐”

19일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이달 진행된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 3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는 종량제 요금제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 협의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 장관은 지난 13일 통신 3사에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 업체에 대한 도매대가 인하를 요청했고, 3사 CEO는 이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정액형 요금제의 경우 이달 진행한 과기정통부와 통신 3사의 협의 사안으로 언급되지 않았다”며 “통신 3사에 정액형 요금제의 도매대가도 인하해달라고 독려하고 있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사업자들이 협상해야 하는 영역이라고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올해 종량제 요금제의 경우 지난해 협상을 통해 음성은 1분당 6.85원으로 전년 대비 14.6%, 데이터는 LTE(4세대 이동통신)·5G(5세대 이동통신) 관계 없이 1MB(메가바이트)당 1.29원으로 19.8% 낮아졌다. 정액형 요금제는 가입자 당 월 요금에서 LTE는 40%, 5G는 50%를 도매대가로 지불해야 한다. 사실상 벌어들이는 수익의 절반을 통신 3사에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나 정액형 요금제 도매대가 인하율은 매년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정통부가 정액형 요금제를 사업자 간 협상 영역으로 판단하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서다.

◇ 알뜰폰 업계 “종량제 방식으론 수익 안 남아… 정액형 도매대가 인하 필요”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는 요금제를 종량제 방식으로 판매했을 때 수익이 거의 남지 않는다. 정액형 방식은 계약 당시 정해진 도매대가만 3사에 지급하면 되지만, 종량제 방식은 가입자가 데이터를 많이 쓸 수록 도매대가가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가입자들의 데이터 평균 사용량이 많이 증가해, 종량제 방식으로 요금제를 판매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올해 도매대가 인하를 고려하더라도, 종량제 방식으로 8GB(기가바이트) 이상의 데이터만 주면 수익이 남지 않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때문에 종량제 요금제는 전체 알뜰폰 요금제에서 10%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를 끝으로 영향력이 약한 알뜰폰 업계 대신 정부가 도매대가 협상을 대신해주는 제도가 마무리된다. 이에 따라 종량형 요금제 도매대가 인하마저도 쉽지 않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석현 서울YMCA 시민중계실장은 “알뜰폰 업계에 대한 혜택을 줄이는 정책이 한 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액형 요금제 도매대가에 대한 논의까지 빠진다면 시장 침체가 가속할 것”이라며 “종량제 방식은 외국인, 노인 등을 위한 알뜰폰 요금제 등에 일부만 사용되고 있기에 도매대가를 인하한다 해도 업체들에 가는 실질적인 혜택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