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현장./이병철 기자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이틀 차인 8일에는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향한 통신비 인하 압박이 이어졌다. 과방위 위원들은 통신 3사가 통신비 선택약정 할인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안내하지 않거나 LTE(4세대 이동통신) 요금이 5G(5세대 이동통신) 요금보다 비싸지는 ‘역전 현상’을 방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말기 제조사인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국내 이용자에게 해외와 다른 품질의 모바일 기기와 더 짧은 보증 기간을 제공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 “선택약정 할인 안내 안하고 5G·LTE 요금제 역전 방치”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올해 8월 말 기준으로 1230만명의 이용자들이 선택약정에 가입되지 않은 상태”라며 “이용자들이 선택약정에 가입했다면 약 1조4000억원의 통신비 할인을 받았을 것으로 추산된다”라고 설명했다. 선택약정 할인은 소비자에게 단말기 가격을 지원해주지 않는 대신, 통신 기본요금 25%를 할인해 주는 제도다. 통신 3사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지 않아 소비자가 혜택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가입자들이 선택약정 할인 권리를 못 찾은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안내와 홍보를 강화하고 관련 제도를 개선해서 혜택을 못 받은 소비자들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정부 들어 5G 요금 합리화를 위해 요금을 세 차례 인하하고 중저가 요금제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그런데 1300만명 이상이 이용 중인 LTE 요금제가 상대적으로 더 비싸지는 역효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4GB(기가바이트)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를 기준으로 봤을때 LTE가 4만~6만원대인데 5G 요금제는 3만9000원 수준이라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영섭 KT 사장은 “5G 요금제와 LTE 요금제가 일정 구간에서 역전현상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역전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보완하고 하겠다”고 말했다. 임봉호 SK텔레콤 커스터머 사업부장과 정수헌 LG유플러스 컨슈머 부문장도 검토 이후 역전 현상 해소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스팸 문자 기승인데 통신 3사·정부 손 놓아… KT, 고객 PC 제어 사과해야”

한민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문자 재판매사 등록에 대한 진입 장벽이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경찰청은 올해 1분기에만 스팸 관련 피해액이 2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집계했다”며 “지난 8월 기준 중앙전파관리소에 등록된 문자 재판매사가 1200곳으로 지나치게 많은데 현행법상 5000만원의 자본금만 보유하면 문자 재판매사를 차릴 수 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문자 재판매사를 검증하고 등록 요건을 강화해야 불법 스팸으로 인한 민생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키즈폰 이용자 보호를 위해 미사용 번호를 우선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최근 키즈폰에도 음란성 문자나 불법 스팸이 전송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전에 사용된 적이 있는 번호가 부여되면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현재 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보유하고 있는 미사용 번호가 18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키즈폰을 개통할 때 미사용 번호를 우선적으로 배정해주는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상임 장관은 “스팸 방지에 노력을 기울여 근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황정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객 PC 제어 의혹에 대해 KT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KT는 2020년 분당 데이터센터에서 인터넷상 주고받는 데이터인 ‘패킷’을 변조하는 방식으로 고객 PC를 제어했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김영섭 사장은 “장기간 이슈가 해결되지 않고 이런 상태에 온 것을 죄송하게 생각하고 재발 방지 조치를 적극적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 “삼성전자, 국내 소비자 차별… 해외와 보증기간·부품 달리 둬”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성전자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태블릿PC와 스마트폰 보증 기간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에 판매되는 기기에는 1년의 보증기간이 부여되는데, 중국이나 일본 등 해외 제품에는 2년의 보증기간이 부여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이름하에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갤럭시S24에는 삼성전자의 자체 모바일 칩셋(AP)인 ‘엑시노스’가, 해외에서 판매되는 기기에는 퀄컴의 AP인 ‘스냅드래곤’이 적용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스냅드래곤이 더 고가의 부품으로 여겨지는데, 국내에서 판매되는 기기에만 엑시노스를 적용하는 것은 내수 소비자를 차별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호진 삼성전자 부사장은 “보증 기간의 경우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 분쟁 해결 기준에 적시된 권고사항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소비자서비스 보증기간도 별도 운영 중”이라며 “AP칩 이원화는 사실이지만 국내·외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기능은 차이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