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중국, 일본 이동통신 회사들이 ‘6G(6세대 이동통신) 핵심’이라 불리는 양자 기술 확보 경쟁에 나섰다. 양자 기술은 위성으로 운용돼 기존 유선 방식의 통신보다 불안정할 수 있는 6G의 속도를 보장하고 보안성을 끌어올려줄 수 있다. 각국 이동통신사는 양자 기술을 사용해 보안을 강화한 스마트폰과 공공기관, 금융기관용 시스템 등을 개발하며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양자 기술은 얽히고 중첩되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초고속 연산과 통신 등을 가능하게 한다. 이 중 양자컴퓨팅은 일반 컴퓨터가 기본 단위인 0과 1을 번갈아 사용하며 연산작업을 하는 것과 달리 0과 1을 중첩해 동시에 계산하는 기술이다. 두 개의 단위를 동시에 사용하는 만큼 일반 컴퓨터의 연산보다 30조배 이상 빠른 연산을 할 수 있다. 양자암호통신은 신호를 받는 송·수신자가 QKD(양자 암호키 분배기)를 통해 암호키를 직접 결정할 수 있다. 해킹을 통해 누군가 신호를 가로채도 정보유출 위험이 없다.
1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 글로벌 등 외신에 따르면 차이나텔레콤은 지난 13일 양자 기술 기업 퀀텀시텍(QuamtumCtek)에 19억위안(약 3489억1600만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투자가 완료되면 차이나텔레콤의 양자 기술 계열사인 차이나텔레콤 퀀텀이 퀀텀시텍의 주식을 23% 보유하게 된다. 퀀텀시텍은 양자 암호 기술에 강점이 있는 기업이다. 퀀텀시텍은 중국 정부가 2001년 ‘핵심 실험실’로 지정한 USTC(중국과학기술대)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차이나텔레콤과 꾸준히 협업해왔다. 2020년에는 차이나텔레콤과 함께 양자 암호화 보안 기능을 갖춘 스마트폰을 공동 개발하기도 했다. 양자암호기술이 스마트폰에 적용되면 통화 기록 등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 기술은 지난해 화웨이의 스마트폰인 메이트60 프로에 적용되기도 했다.
일본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도쿄대가 운영하는 퀀텀 이노베이션 이니셔티브 컨소시엄(QII 컨소시엄)에 가입했다. 소프트뱅크와 도쿄대는 127큐비트 프로세서를 탑재한 IBM 양자컴퓨터를 활용해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의 연산 단위로, 늘어날 수록 작업 속도가 빨라진다. 현재 국내에서 자체 개발한 양자컴퓨터의 최대 큐비트는 20인 점을 고려했을 때, 6배 이상 빠른 셈이다.
국내 통신 3사도 양자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노키아 등 양자 분야 핵심 기술과 부품을 보유한 6개 기업과 ‘퀀텀 얼라이언스’를 설립했다. SK텔레콤은 얼라이언스에 속한 기업들과 함께 양자암호키분배기 상용화 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10월 국내 데이터센터에 처음으로 양자암호를 활용한 통신 보안 서비스를 공급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양자통신 암호화 기능을 갖춘 광전송장비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국가기관용 보안 요구 사항을 충족한 국내 첫 장비다. 이 장비는 공공기관이나 금융기관등에 공급될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9월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와 함께 6G 위성 네트워크를 양자컴퓨터로 최적화하는 연구에 성공했다. 양자컴퓨터의 빠른 연산 능력으로, 위성이 있어야 할 가장 적합한 경로를 기존 알고리즘 대비 600배 빠르게 계산할 수 있다.
KT도 지난해부터 6G 위성통신 기술에 활용할 수 있는 무선 양자암호통신개발을 진행 중이다. 국가 간 도청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데다 외산 장비를 활용하면 해커의 출입통로인 백도어가 설치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세계 양자보안통신 시장 규모는 지난해 1조6000억원에서 2030년 24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윤천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양자통신연구실장은 “양자통신 기술 보유 여부가 통신 품질에 대한 경쟁력은 물론 국가 중요 정보 보안과 직결되는 만큼 이통사들이 관련 기술 경쟁에 매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