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사업부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불황에도 불구하고 매 분기 3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선전했다. 이에 노태문 MX사업부장(사장)은 삼성전자의 2024년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돼 이재용 회장의 신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노 사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MX사업부는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세계 휴대폰 1위 수성은 물론이고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폰 대중화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중국의 추격이 거세,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중저가폰 수요 공략과 함께 플래그십 스마트폰 판매 확대가 절실하다.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4에는 ‘온디바이스(내장형) AI’라는 비장의 무기를 구현,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스마트폰 속 인공지능(AI) 전쟁’의 서막이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 삼성, 42개국 스마트폰 시장서 1위… 인도·아프리카 등에선 中 추격 거세
4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리서치포인트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는 전 세계 42개국에서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필리핀, 아르헨티나, 가나 등 6개국에서 1위 자리를 놓쳤지만 인도와 말레이시아 시장에서 새롭게 1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주로 중저가형 제품을 선호하는 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저렴한 갤럭시A 시리즈를 앞세워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인도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중저가 제품을 내세운 중국의 거센 추격도 만만치 않다.
유럽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32%로 2위 애플(24%)과 격차를 유지했다. 유럽은 저가형 제품의 선호도가 높은 시장이지만, 구매력이 높은 소비자들이 많아 폴더블폰을 비롯한 프리미엄 기기의 잠재적 수요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인도에서도 17.2%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위 샤오미(16.6%)와의 차이가 근소하고, 3위인 비보(15.9%) 역시 턱밑까지 추격해오는 등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거세다.
중남미 시장 역시 아직까지는 삼성전자가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중남미 시장에서 점유율 35.1%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애플로 21.6%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에 40%에 달하는 점유율을 달성했는데, 3위인 샤오미의 올해 점유율(16.1%)이 전년 대비 3%포인트(P)가량 늘면서 시장을 뺏기고 있는 형국이다.
애플의 안방인 미국 시장에선 삼성전자의 점유율이 22%로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P) 떨어졌지만, 3위 모토로라는 출하량을 전년 동기 대비 31% 늘려 시장 점유율을 두자릿수(10%)로 끌어올렸다. 모리스 클레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미국 내 폴더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 등에 희망적인 소식”이라고 했다.
아프리카 시장에서도 중국의 추격이 거세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아프리카 주요 시장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점유율 20%로 1위를 유지했으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점유율이 8%포인트(P) 이상 하락했다. 중국 아너는 기존 2위였던 샤오미를 제치고 남아공에서 2위 브랜드로 등극했으며, 점유율을 16%까지 끌어올렸다.
◇ “폴더블폰 대중화 위해선 미국, 유럽부터 공략해야”
삼성전자는 내년에 스마트폰 수요가 늘고 있는 신흥 시장에서 중저가형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는 동시에 미국, 유럽 등에서 폴더블폰 확대를 추진하는 ‘투 트랙 전략’에 박차를 가한다는 전략이다.
노태문 사장은 지난 7월 기자간담회에서 “올해가 전 세계 삼성 폴더블폰의 누적 판매량이 3000만대를 넘어서는 중요한 해”라면서 “5년 내로 연간 1억대의 판매량을 달성하겠다”라고 했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폴더블폰 대중화를 위해서는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가 많은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부터 공략해야 한다”면서 “인도 등 신흥 시장도 플래그십 제품 수요가 점차 늘어날 것이기에,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될 갤럭시S24에 실시간 통역 통화 ‘AI 라이브 통역 콜’ 기능 등 온디바이스 AI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갤럭시 스마트폰 사용자가 자국 언어로 이야기하면 상대방 언어로 통역해 전달되는 것이다. 통역된 대화는 음성이나 텍스트 형식으로 표시된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 불황을 지나 내년에는 성장세로 돌아서 업체 간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면서 “내년도 시장을 준비하는 삼성전자 입장에선 세계 1위 수성과 폴더블폰 대중화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사업 전략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