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로라 레이저40 울트라./모토로라 제공

‘왕년의 강자’ 모토로라가 올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분기 두자릿수 점유율로 돌풍을 일으킨데 이어 1년반 만에 점유율 10%를 기록한 것이다. 애플이 50% 이상을 점유하는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모토로라가 안드로이드 진영의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를 위협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스마트폰 시장 2위인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3개 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6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모토로라는 올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0%(출하량 기준)의 점유율(출하량 기준)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포인트(P)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2%다. 전년 동기 대비 점유율이 2%P 줄었다. 갤럭시S23 시리즈가 나온 올 1분기 신제품 효과로 점유율이 27%까지 뛰었지만, 이후 점유율이 줄어드는 추세다. 이 같은 추세라면 올 4분기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20% 아래로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모토로라는 2000년대 피처폰(스마트폰 기능이 없는 휴대폰) 시절 노키아와 함께 세계 휴대폰 시장을 장악했다. 하지만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스마트폰이라는 시장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됐다. 2011년 미국 구글에 매각됐다가 2014년 중국 레노버로 넘어갔다. 이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2020년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에서 철수한 빈자리를 중저가폰을 앞세워 공략하기 시작했다. 브랜드 정체성과 피처폰 시절 인기 제품을 재해석한 디자인으로 미국 소비자들을 공략했다.

올 3분기 미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카운터포인트리서치 제공

모토로라는 미국 내 중저가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고 있다. 대다수 제품이 300달러(약 39만원) 이하 중저가폰으로 삼성전자 갤럭시A 시리즈와 가격대·성능이 겹친다. 모토로라가 지난해 출시한 249달러(약 33만원)짜리 5G(5세대 이동통신)폰 ‘엣지 30′은 호평을 받으며 미국 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올 2분기에 내놓은 ‘모토 G’ 2023년형 모델도 인기를 끌고 있다. 스냅드래곤 480+ 프로세서, 120㎐(헤르츠) 등 준프리미엄 성능에도 전작 대비 40% 저렴한 250달러(약 32만원)에 출시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모토로라는 삼성전자가 주도하고 있는 폴더블폰 시장도 공략하고 있다. 지난 6월 내놓은 폴더블폰 ‘레이저40 울트라’은 삼성 갤플립5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도 점유율 지키기에 나선 상태다. 삼성전자는 준프리미엄 제품인 갤럭시S23 FE 신제품을 내놓는 동시에 베스트바이, 월마트 등 가전 양판점과 손잡고 다양한 프로모션을 펼치고 있다. 중고폰 보상 정책도 실시하고 있다. 기존 갤럭시폰 이용자를 붙잡기 위해 새 갤럭시폰을 구입하면 이전에 쓰던 갤럭시폰을 최고가로 매입해 주는 방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토로라는 레노버가 인수한 중국 업체지만, 많은 미국인들이 여전히 미국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면서 “미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순위가 잘 바뀌지 않는 보수적인 시장이지만, 모토로라의 성장은 시장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