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창문형 에어컨을 들고 1인 가구 공략에 나서고 있다. 창문형 에어컨은 실외기가 없고 설치와 해체가 간단하다. 스탠드형, 벽걸이형 등 다른 에어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해 1인 가구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법적 규제로 건물 외벽에 실외기를 설치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창문형 에어컨 보급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시장조사업체 다나와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21일까지 국내 에어컨 시장에서 창문형 에어컨의 판매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3% 늘었다. 반면 스탠드형 에어컨 판매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 하락했고, 벽걸이형 에어컨은 판매액이 5% 상승했다.
최근 1인 가구가 증가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실외기가 없어 설치가 쉬운 창문형 에어컨이 각광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1인 가구 수는 2144만8000명으로 전년(2034만3000명) 대비 5.4% 이상 늘었다. 다인 가구에서 주로 사용하는 스탠드형 에어컨은 150만~200만원대인 반면 창문형 에어컨은 50만~100만원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화재를 비롯한 위험 요인 때문에 실외기 설치 규제가 강화되는 것도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는 2019년부터 ‘에어컨 실외기 설치 방법 개선대책’을 발표하고 서울 내 신축 건물에 대해 실외기 외벽 설치를 금지했다. 열기와 소음이 보행자의 불편을 초래하고 햇빛으로 실외기 온도가 올라가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은 지난 5년간 7~8월에 에어컨으로 인한 화재가 1234건 났다고 밝혔는데, 대부분 실외기 연결부 전선 훼손 등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창문형 에어컨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창문형 에어컨 ‘비스포크 무풍에어컨 윈도우핏’을 출시했다. 실내기와 실외기가 일체형으로 합쳐진 제품으로, 창문만 있으면 간편하게 설치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 에어컨의 독자적인 기능인 무풍 냉방도 적용돼 있다. 전력 소비를 기존 에어컨 대비 최대 74% 절감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LG전자도 지난달 창문형 에어컨인 ‘휘센 오브제컬렉션 엣지’를 출시했다. 105㎝ 높이의 소형창부터 240㎝ 높이의 대형창까지 모두 설치할 수 있다. 실내 돌출이 없어 블라인드나 커튼이 있는 창문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일일 최대 34ℓ의 제습 효과를 갖춰 장마철에도 쓸 수 있다. 냉매를 압축하는 실린더를 2개 장착해 냉방 성능과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
중소·중견 업체들도 창문형 에어컨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있다. 쿠쿠홈시스는 이달 2023년형 창문형 에어컨 신제품을 출시했다. 실외기 없이 간단한 설치 키트로 구매자 스스로 창문에 장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습도 센서가 장착돼 있어 스스로 실내의 불쾌지수를 낮출 수 있다. 취침 모드로 전환하면 사람이 속삭이는 정도인 32.5dB(데시벨) 수준의 저소음울 구현할 수 있다.
파세코는 지난 3월 창문형 에어컨 신제품 3종을 출시했다. 드라이버 같은 도구 없이 손으로 창문에 고정할 수 있는 기능이 적용돼 있다. 에어컨 본체와 외부의 습도를 인공지능(AI)으로 감지해, 전원을 끄면 기기 건조 시간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다. 하루에 7~8시간을 가동해도 하루 평균 800원의 전기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초절전 냉방 기술이 탑재됐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주거지를 자주 바꾸는 1인 가구가 늘면서 설치와 해체가 간편하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실외기 설치가 필요 없는 다양한 형태의 에어컨을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