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 구글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서버 투자를 크게 줄인 가운데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큰손들의 서버 주문이 저조할 전망이다. 서버 시장 수요 회복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는 올 하반기 D램 반도체 최신 규격인 고성능 서버용 DDR5 교체 수요에 집중해 실적 반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9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디지타임스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 세계 서버 출하량은 전분기 대비 14% 하락한 400만대 밑으로 떨어졌다. 당초 시장 예상보다 서버 수요가 더 쪼그라든 것이다. 다만 2분기에는 서버 업체들이 신규 CPU(중앙처리장치)가 탑재된 서버를 대량 출하해 1분기 대비 출하량이 약 4% 반등할 전망이다. 디지타임스리서치는 “2분기에도 여전히 데이터센터 수요는 약하지만, 신규 CPU 플랫폼 서버 출하로 전 세계 서버 출하량은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아마존웹서비스(AWS) 등 북미 빅테크 기업들은 지난 1분기 일제히 서버 구매 물량을 줄였다. 이들 외에도 전 세계 많은 기업이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을 미루거나 철회하면서 여전히 서버 수요는 미미한 상태다.
세계 각국 IT 기업에 서버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들은 수요 위축에 따른 과잉 재고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메모리 주문량을 줄이고 나섰다. 서버 시장 강자인 델과 HPE의 서버 출하량은 지난 1분기 두자릿수 감소했고, 인텔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인텔 데이터센터 사업부의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9% 감소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클라우드와 엔터프라이즈 수요는 여전히 약세를 보인다”며 “서버와 네트워크 시장은 아직 바닥을 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서버 수요가 올해 안에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디지타임스리서치는 “구글과 MS 등이 챗GPT 인기에 발맞춰 AI 서버를 추가로 주문할 수 있지만, 전 세계 서버 출하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올 하반기 신규 제품을 중심으로 서서히 서버 교체 수요가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DDR5 비중을 늘려 시장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은 지난달 1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서버용 D램은 고객사 재고가 아직 높은 수준”이라며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돼 수요 회복 시점도 PC나 모바일 대비 늦어질 수 있지만, 신규 CPU 채용 확대에 따라 DDR5 비중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하반기 예정된 CPU 플랫폼 전환, 고객사 재고 조정 추이 등의 요인으로 인해 서버 수요가 메모리 신제품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으로 보이는 레거시(구형) 공정 제품 위주로 생산을 하향 조정하는 반면, 선단 공정 및 고부가 제품에 대한 비중을 늘려 시장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서버 출하량이 전년 대비 하락할 전망이지만, 서버 고객들의 메모리 재고 역시 점차 줄고 있고 재고 대부분이 DDR4 제품인 만큼 올해 고객들의 수요는 DDR5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 하반기에 서버 크로스오버를 선도적이고 적극적으로 진행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