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센코 본사에서 가스 센서 생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김민국 기자

“이 곳에서 하루에 5000개가 넘는 가스 검지기가 생산돼 세계 50개국에 있는 고객사에 판매됩니다.”

지난달 23일 경기 오산시 외삼미동 485번지에 위치한 센코 본사. 약 20년의 업력을 자랑하는 회사는 국내 최초로 가스 센서와 검지기를 개발·생산하고 있다. 센코의 고객사는 약 950개로 정유업부터 제철업, 조선업, 반도체까지 업종이 다양하다.

센코가 만드는 ‘전기화학식 가스 센서’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를 감지, 사고를 예방해주는 가스 검지기의 필수 부품이다. 가스가 센서에 닿을 때 전극에서 방출된 이온이 액체 전해질을 통해 다른 전극으로 이동하게 되는데 이때 발생한 전류의 양을 기반으로 가스의 양과 농도를 측정하게 된다. 가스 유무 만을 판단하는 반도체식 센서나 감지 가능한 가스 종류가 한정적인 광학식 센서보다 사용 폭이 넓다.

496.55㎡(약 150평) 규모 생산동 1층에서는 한 직원이 납땜기의 끝을 부품 위에 대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직원은 엄지 손톱보다 조금 더 큰 원통형의 플라스틱 부품 안에 종잇장처럼 얇은 전극을 집어넣고 있었다. 전극을 넘겨받은 직원이 뚜껑을 덮은 뒤 상단을 기계로 눌러 마무리했다. 이인원 센코 이사는 “단순한 종이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체 기술력이 들어간 주요 부품이다”라고 설명했다.

센코는 자체적으로 만든 센서를 넣은 가스 검지기도 판매한다. 한 직원이 가스 검지기 케이스에 인쇄회로기판(PCB)와 센서 1개를 삽입 한 뒤 옆에 있는 직원에게 넘기면 다른 직원이 기기가 감지할 수 있는 가스를 표시한 라벨을 붙인다. ‘H2S’라는 라벨은 황화수소를, ‘CO’라는 라벨은 일산화탄소를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 기기 안에 3개의 센서를 넣게 되면 3가지 종류의 가스를 검출하는 ‘멀티 가스 검지기’가 된다. 이 이사는 “고객사가 요구하는 가스 센서를 기기에 넣어 제작한다”라고 말했다.

센코 본사에서 가스 검지기에 대한 테스트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김민국 기자

◇ 국내 최초 전기화학식 가스 센서 개발… 재료공학 박사 출신 대표의 열정 결실

2004년 설립된 센코는 국내 최초로 전기화학식 가스 센서를 만든 기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이전까지 영국·일본 같은 선진국이 가스 검지기 시장을 독점하고 있어, 한국에선 고가에 수입 제품을 쓸 수 밖에 없었다.

하승철(49) 센코 대표는 포항공대에서 금속재료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대에서 금속공학 석사와 재료공학 박사를 받은 센서 전문가다. 그는 회사 설립 2년 만에 첫 제품을 내놓았다. 처음엔 황화수소와 일산화탄소 등 다수 사업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유해가스에 대한 검지기부터 개발해 조선소나 정유사에 공급했다. 이 때 얻은 수익을 바탕으로 다른 유해가스를 측정하는 검지기도 개발해 나갔다.

10년이 넘는 노력 끝에 현재 유해가스 80종에 대한 검지기를 모두 개발할 수 있는 회사로 성장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까지 고객사로 확보했다. 다양한 종류의 가스가 발생하는 반도체 생산라인에서는 여러 종류의 검지기가 필요하다.

센코는 2020년 서울대,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과 협력해 세계 최초로 초소형 가스 검지기를 개발했다. 향후 웨어러블 기기나 소형 사물인터넷(IoT) 장비 등의 수요에 대비한 것이다. 기존 전기화학식 가스 센서에는 액체 형태의 전해질이 들어가지만 이를 고체 형태로 만들어 크기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센코는 창사 이후 꾸준히 매출 상승세를 그려왔다. 센코는 지난해 1~3분기에 매출 215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했는데 전년 대비 각각 43%, 11% 상승한 수치다.

하승철 센코 대표가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김민국 기자

◇ 낮은 인지도 등 걸림돌 끈기로 극복… “글로벌 시장 점유율 10% 까지 늘릴 것”

현재는 시장 내 인지도나 매출이 안정적이지만 센코의 성장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하 대표는 “가스 검지기 시장은 일본과 영국 같은 전통 강자가 있어 진입이나 성장이 쉽지 않다”라며 “창사 초기에는 해외 업체들이 선뜻 우리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하 대표는 좌절하지 않고 고객사들과의 접점을 지속해서 늘려나갔다. 그는 “OSEA(국제 오일·가스산업박람회), 세미콘(반도체 산업 전시회), GPS(국제 석유 전시회) 등 글로벌 주요 전시회에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참석했다”라고 말했다. 방문객을 붙잡고 제품의 장점을 끊임없이 소개했다.

하 대표는 “합리적인 가격에 성능을 내세워 고객사들을 지속해서 설득했다”고 설명했다. 센코의 가스 검지기(황화수소 기준)는 50만원 상당인데 일본이나 영국 업체보다 30% 이상 저렴하다는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센코는 지난 5년간 아부다비 석유공사(ADNOC),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KNPU) 등을 비롯한 거대 해외 고객사와 수주 계약을 이어오고 있다.

경기 오산시에 위치한 센코 본사. /김민국 기자

센코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점차 넓혀나갈 계획이다. 하 대표는 “4조원 규모의 글로벌 가스 검지기 시장에서 1% 수준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는 작은 회사지만 많은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향후 성장 가능성은 크다”라며 “액체 전해질이 쉽게 증발하지 않아 중동 같이 기온이 높은 지역에서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가스 검지기 등을 개발·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시장을 공략하는 제품군으로 5년 내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10%까지 늘려볼 생각이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