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스마트홈에 특화한 태블릿PC 신제품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스마트홈 시장에서 삼성전자, LG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5년 만에 스마트홈 스피커를 출시한 애플은 관련 시장 공략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마트홈 사업에 주력해온 삼성전자, LG전자와의 시장 선점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스마트홈 전용 저가형 아이패드를 개발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제품엔 온도 조절 장치, 조명 등을 제어하거나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기능 등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아이패드와 달리, 자석을 이용해 벽에 부착하는 방식으로 제작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가정용 기기는 들고 이동할 일이 적은 만큼 한 곳에 고정해 놓고 사용하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아이패드에도 조명·카메라 제어 같은 기능이 탑재돼 있지만, 스마트홈에 특화된 기기를 따로 출시해 시장 공략을 가속화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애플은 지난 18일 스마트홈 스피커인 ‘홈팟’ 2세대를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1세대 제품을 출시한 이후 5년 만이다. 1세대 홈팟과는 달리 글로벌 사물인터넷(IoT) 표준 ‘매터’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구글, 아마존 등을 비롯한 다른 회사의 스마트홈 기기를 연동해 온도 조절이나 문 잠금 같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최근 스마트홈 기기와 서비스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외 시장에서 애플과의 경쟁도 본격화 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초 열린 세계 최대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 2023에서 선보인 스마트홈 디바이스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을 25일 국내에 출시했다. 이 제품은 버튼을 눌러 미리 설정해 둔 맞춤형 루틴 기능을 실행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예컨대 집안 조명을 끄고 커튼을 닫는 ‘수면모드’를 가전 제어 플랫폼인 스마트싱스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미리 설정한 뒤, 스마트싱스 스테이션의 버튼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이를 실행하는 식이다.
삼성전자는 플랫폼의 확장성을 통해 스마트홈 생태계를 구성하는 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조건에 부합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을 스마트싱스 앱에 연동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현재 스마트싱스 이용자는 플랫폼에 등록돼 있는 다른 회사의 가전 1000종 이상을 앱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용자는 TV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집 내부를 확인하거나 누수·화재 감지 센서가 보내는 알림을 외부에서도 받아볼 수 있다.
LG전자도 가전 제어 플랫폼 씽큐 앱의 확장성을 기반으로 스마트홈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 앱을 통해 글로벌 가전업체 협의체인 HCA(홈 연결성 연합)에 가입한 일렉트로룩스, GE, 삼성전자 등 15개 사의 제품을 제어할 수 있다. 예컨대 씽큐 앱에 일렉트로룩스나 삼성전자 등 다른 회사의 세탁기를 연동해 남은 세탁 시간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하는 식이다. 반대로 HCA에 가입한 다른 회사 플랫폼에 LG전자의 가전을 등록해 제어할 수도 있다.
전자업계는 스마트홈 사업의 높은 수익성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홈 관련 서비스와 제품을 출시하면 편의성에 매력을 느낀 소비자들이 해당 브랜드의 제품을 더 많이 구매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 따라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스마트홈 시장 규모가 2020년 608억달러(약 77조원) 규모로 성장했고 2025년에는 1785억달러(약 226조원)까지 커질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글로벌 IT 기기 점유율에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는 애플이 스마트홈 시장 판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 제품의 판매율이 높은 만큼 스마트홈 생태계에 포섭될 이용자 확보도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애플엔 가전이라는 스마트홈 사업의 한 축이 빠져 있어 가전에 강점을 보이는 다른 업체를 누르고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