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이른바 ‘진짜 5G’로 불리는 28㎓(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 활성화를 위해 머리를 맞댄다. 28㎓ 대역 주파수는 지난 2019년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 상용화 이전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강조한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속도를 구현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그러나 실제 가입자들이 체감할 수 있으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전망이다. 정부가 이동통신사 요청을 받아들여 기업 간 거래(B2B)로 초기 시장 확대를 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다.
2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이르면 오는 28일 5G 28㎓ 대역 주파수 활용을 위한 ‘워킹그룹’ 첫 회의가 열린다. 늦어도 29일까지 첫 회의를 개최하겠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워킹그룹은 정부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물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장비 업체 등 10명 안팎으로 구성한다. 이는 이동통신사가 최근 열린 과기정통부 장관과 간담회에서 민관이 합동으로 워킹그룹을 구성해 28㎓ 대역 추진 방향을 검토하자는 제안을 정부가 받아들인 데 따른 것이다. 애초 정부는 이동통신사에게 28㎓ 대역 전국망 구축을 위한 설비투자를 독려해왔다.
첫 회의는 워킹그룹 출범 성격이 짙은 만큼 별다른 안건 논의는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장기적으로는 이동통신사들이 꾸준히 언급해왔던 B2B 중심의 28㎓ 대역 활성화 추진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정창림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관은 최근 통신사 CEO 간담회 이후 “28㎓와 관련해 투자 비용이 많이 들 수밖에 없고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는 통신 3사의 의견을 반영해 B2B와 핫스팟 등에 우선 투자하면서 워킹그룹을 만들어 논의하기로 했다”라고 했다. 일반 통신 가입자가 아닌 기업을 대상으로 우선 ‘진짜 5G’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다만 정창림 통신정책관은 “B2C를 안 하고 B2B를 하겠다고 하지는 않았다”라고 했다.
현재 이동통신사 계획대로 5G 28㎓ 대역이 B2B 위주로 활성화할 경우 일반 가입자들이 제기하는 ‘품질’ 논란은 지속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이동통신사를 상대로 일부 가입자들은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소송 참여 인원만 2000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정부와 이동통신 3사가 5G 서비스를 개시하며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했지만, 실제 이를 구현할 28㎓ 기지국이 부족해 예고했던 서비스를 온전히 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이동통신사들은 28㎓ 대역의 특성으로 인해 난색을 보이고 있다. 현재 국내 5G 서비스에 활용되는 주파수 대역은 저주파인 3.5㎓와 초고주파인 28㎓로 구성된다. 28㎓의 경우 3.5㎓와 비교해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회절성(전파의 꺾임성)과 투과성(물질을 관통하는 성질)이 떨어진다. 그만큼 기지국 구축을 촘촘히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이는 설비투자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
이동통신 3사가 지난해 연말까지 구축 완료한 28㎓ 기지국이 약 5000대에 불과한 것 역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들은 과거 정부로부터 5G 주파수를 할당 받으며 업체별로 각 1만5000대씩 총 4만5000대의 기지국 구축 의무를 부과 받았지만, 이행률은 11%대에 그쳤다. 이는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피하기 위한 최저 수준을 맞춘 것이다. 통신업계는 “실제 수요가 없기 때문에 무턱대고 기지국을 설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일각에선 과기정통부 수장이 바뀔 때마다 28㎓ 대역 정책도 뒤바뀌어 통신업계에 혼란을 가중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최기영 장관 재직 당시 과기정통부는 28㎓가 대부분 B2B에 쓰일 것이라고 했지만, 이후 임혜숙 전 장관은 통신사들이 기지국 의무구축 수량을 모두 채울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