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LG전자가 5세대 이동통신(5G) 장비시장에서 삼성전자와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5G 특화망(이음5G) 사업 진출을 선언한 ‘1호 기업’ 네이버클라우드를 삼성전자가 잡은 가운데, LG전자는 SK네트웍스서비스를 공략했다. LG그룹 계열사인 LG CNS 역시 에릭슨엘지의 장비 활용 가능성이 큰 만큼 초기 시장에서 LG 측이 삼성을 앞서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 통신장비업계에 따르면 에릭슨엘지는 SK네트웍스 자회사인 SK네트웍스서비스에 이음5G 통신장비를 공급한다. 이로써 LG전자는 삼성전자에 이어 이음5G 통신장비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게 됐다.
앞서 삼성전자는 이음5G 첫 사업자로 선정된 네이버클라우드에 통신장비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음 5G는 통신사 이동통신망과는 별개로 5G 융합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기업·기간망 통신사업자가 4.7㎓(기가헤르츠)와 28㎓ 등 전용 주파수를 활용해 망 구축이 가능하도록 돕는 기술이다.
현재까지 국내서 공식적으로 이음5G 사업 진출 의사를 밝힌 기업은 네이버클라우드, LG CNS, SK네트웍스서비스 등 3곳이다. 네이버클라우드와 SK네트웍스서비스를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각 나눠 가졌고, LG CNS의 경우 LG그룹 계열사인 만큼 에릭슨엘지가 장비를 공급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통신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에릭슨엘지가 합작사라고는 하지만 과거 LG정보통신 출신을 비롯해 LG전자 출신 직원이 상당수 근무하고 있다”라며 “LG CNS가 이음5G 시장 진출 의사를 밝힌 만큼 장비 공급 업체로 에릭슨엘지를 택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현재 에릭슨엘지 공동대표인 허행만 최고재무책임자(CFO) 역시 LG전자 출신이다.
에릭슨엘지는 스웨덴 통신장비 업체 에릭슨과 LG전자가 지난 2010년 설립한 합작사다. 에릭슨이 지분 75%, LG전자가 25%를 보유 중이다.
에릭슨엘지가 LG CNS에 이음5G 통신 장비를 공급하면, 수주 실적에서 삼성전자를 앞서게 된다. 이음5G 시장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한 만큼 초기 시장을 선점하면 앞으로 수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올해를 이음5G 시장 원년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480억원을 투입해 이음5G 서비스 초기 수요 창출을 위한 5G+ 융합서비스 프로젝트 실증을 추진한다.
새 정부 역시 5G 산업 발전을 위해 이음5G 시장 활성화를 내세운 상태다. 지난 4월 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지역·건물 기반의 이음5G 확산으로 다양한 산업 분야의 혁신·융합의 기회를 제공하고 통신서비스의 새로운 장을 마련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국내 통신 장비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이음5G 시장에 진출한 업체들에 국산 장비 도입을 독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LG전자는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을 전면 철수한 이후 통신장비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차량용 통신 장비(TCU)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LG전자는 세계 TCU 시장에서 점유율 35.2%로 선두를 차지했다. 2위인 독일 콘티넨탈(25.3%)과 격차는 10%포인트가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