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노버 수장으로 맡고 있는 김윤호 대표가 올해 모토로라코리아의 대표이사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4년 모토로라가 중국 PC 제조업체인 레노버에 인수된 이후 국내 법인에 한국인이 대표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토로라가 올해 하반기 국내 인증기관으로부터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인증까지 마친 만큼 2011년 국내서 사업 철수 이후 10년 만에 재진출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출이 가시화하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로 생긴 빈자리를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 모토로라코리아 대표에 한국레노버 수장 선임
16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모토로라코리아는 올해 김윤호 한국레노버 대표를 대표이사로 임명했다.
모토로라코리아에 한국인 대표가 취임한 것은 2014년 중국 레노버가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인수한 이후 처음이다. 모토로라코리아 사내이사는 2015년 중국 국적인을 시작으로, 2019년 인도 국적인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었다. 김윤호 대표는 올해 사내이사와 함께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김 대표 선임 이전까지 모토로라코리아 내 대표이사직은 없었다.
김 대표는 1996년 한국테라데이타(Teradata)를 시작으로, 제품 마케팅과 솔루션 영업을 비롯한 어카운트 매니지먼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경험을 쌓았다. 이후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와 한국HP에서 대기업 어카운트 부문을 이끌었으며, 2010년부터 한국오라클에서 근무하며 엔지니어드 시스템 및 전략 솔루션의 지역 영업 총괄을 역임하기도 했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대표이사를 선임했다는 것은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라며 “국내 통신 3사나 알뜰폰 업계 등과도 조만간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한국레노버 관계자도 “구체적인 일정은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시장 진출을 준비 중인 것은 맞다”라고 했다.
모토로라는 지난 2011년 레이저 스마트폰을 끝으로 사실상 국내 조직 운영을 중단했다. 이후 북미와 유럽, 중국 등에서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중남미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점유율 23%로, 삼성전자(37%)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 LG 떠난 빈자리 노리는 中…샤오미 이어 모토로라까지 가세
모토로라가 한국시장 재진출을 노리는 것은 올해 7월부로 스마트폰 사업을 전면 철수한 LG전자의 빈자리를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은 LG전자의 철수로 인해 생긴 공백을 1조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이미 샤오미 등 중국업체는 LG전자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한국시장 문을 두드리는 중이다. 샤오미는 국내 점유율 1%도 되지 않지만 매년 신제품을 내놓으며 사업 지속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도 3월 레드미 노트 10 시리즈와 8월 레드미 노트 10 5G에 이어 이달 레드미 10을 출시했다.
모토로라코리아는 올해 8월과 9월 국립전파연구원으로부터 모토G 50과 모토로라 엣지20 등 5G 스마트폰의 ‘5G NR 이동통신용 무선설비의 기기’에 대한 인증을 받았다. 통상 전파인증을 거쳤다는 것은 국내 제품 출시가 임박했다는 의미로 업계는 해석한다.
모토로라코리아가 인증받은 스마트폰은 해외에서 30만~40만원대 가격으로 책정돼 판매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와 애플로 양분화된 국내 시장에 이렇다 할 중저가 스마트폰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틈새시장을 노리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모토로라코리아는 아직 국내 통신사와 알뜰폰 업계 등과 접촉은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복수의 국내 통신사와 알뜰폰 업체 등에 문의한 결과 “모토로라의 국내 재진출에 대한 소식은 들었다”면서도 “제품 출시를 위해 접촉한 적은 없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