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지난 8일 국내 시장에 출시한 아이폰13은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제품이다. 화면 상단 일부를 움푹 판 노치(notch) 크기가 이전 모델과 비교해 줄었고, 후면 카메라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다. 다만 카메라 구경이 커지면서 생긴 ‘왕눈이 카메라’와 ‘카툭튀(카메라가 툭 튀어나온 모습)’가 심해져 불편하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있다.
기존 아이폰 사용자의 반응도 엇갈린다. 아이폰12 이전 사용자들은 ‘세련된 디자인에 카메라 성능이 좋아졌다’가 주를 이루지만, 아이폰12 사용자들은 ‘디자인 변화가 적어 아이폰13으로 갈아탈 이유를 찾을 수 없다’라고 말한다. 윤진우 기자(4년째 아이폰X(텐) 사용·아이폰13 프로 기변할 계획)와 박진우 기자(아이폰만 10년째 쓰는 애플빠·아이폰12 프로 사용)가 아이폰13을 살펴봤다.
윤진우 “아이폰13은 이전 모델인 아이폰12와 비교해 외관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고 있다. 그런데 실제로 아이폰13을 만져보고 써보면 확실히 다른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우선 노치 크기가 작아졌고 후면 카메라 기능이 강화됐다. 아이폰12와 비교해 달라진 게 없다고 비판하는 이들이 있는데, 안 써봐서 그렇게 느끼는 게 아닐까 싶다.”
박진우 “폼팩터(기기 형태)에 변화가 없어서 새로움을 느끼기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노치 크기가 줄었다고 하지만) 어차피 노치는 노치다. 작아져도 눈에 거슬리는 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도 이런 부분을 조롱했는데, 펀치홀이나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 등이 아니면 노치는 크기가 작아져도 여전히 거슬리고 불편할 것이다.”
윤 “4년간 아이폰X을 사용했는데, 이제는 놔줘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아이폰13으로 갈아타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데, 특히 아이폰13 프로 시에라블루가 참 마음에 든다. 아이폰12 프로 사용자로 아이폰13으로 기변할 생각은 있는가.”
박 “전혀 살 생각이 없다. 디자인적으로 끌리는 게 없다. A15 바이오닉 칩을 탑재해 빨라졌다고 하는데, 일반 모델과 프로 모델에서 코어(CPU 연산) 성능이 차이가 있다고 한다. 애플은 A15 칩의 데이터와 그래픽 처리 속도가 이전 모델 대비 각각 50%, 30% 빨라졌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사용자들이 어느 정도 체감상의 차이를 느낄지는 의문이다.”
윤 “아이폰12 이전 모델을 쓰고 있다면 충분히 기변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고 생각한다. 아이폰13의 측면 직각 디자인은 세련된 느낌을 주고, 체감 속도도 훨씬 빨라졌다. 카메라 성능도 크게 개선됐는데, 아이폰13 프로에 탑재된 망원 카메라가 기존 2배 줌에서 3배 줌으로 변경된 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3배 줌 카메라의 초점거리는 35㎜ 필름을 기준으로 77㎜인데, 인물사진 찍기에 딱 좋은 초점거리다.”
박 “아이폰X이나 아이폰11 등을 사용하고 있다면 아이폰13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신 프로세스가 탑재됐기 때문에 성능 면에서 충분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본다. 분명히 이전 모델과 최신 모델의 성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이폰12와 비교해 1년 사이에 획기적인 변화를 찾는 건 쉽지 않을 것 같다. 10년째 아이폰을 쓰고 있는데, 항상 한 세대를 건너 제품을 구입했다. 아이폰X을 썼는데 아이폰11에는 관심이 없었고, 현재 아이폰12 프로를 사용하다 보니 아이폰13을 구입하고 싶은 생각이 생기지 않는다.”
윤 “저를 포함해 구형 아이폰 사용자들은 분명히 ‘지금 쓰는 아이폰도 부족하지 않다’ ‘굳이 갈아탈 이유를 못 찾겠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아이폰13을 경험했더니 확실히 신제품은 신제품이다. 4년 전 모델을 사용하고 있어서 느껴지는 성능 차이가 크다고 생각하지만, 아이폰13은 충분히 구입할 가치가 있는 제품이라는 게 개인적인 평가다.”
박 “아이폰13의 카툭튀는 정품 맥세이프 클리어 케이스를 씌워도 없어지지 않는데, 이 부분은 이해할 수 없다. ‘카툭튀 있어도 케이스 씌우면 되는데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했는데 아이폰13은 그렇지가 않다. 반면 아이폰12의 경우 정품 케이스를 씌우면 카툭튀가 사라진다. 카툭튀를 없애기 위해 케이스를 더 두껍게 만들 수도 없고 아이러니하다.”
윤 “아이폰12 프로 맥스에는 이미지 센서 자체가 움직이면서 ‘센서 시프트 OIS(손 떨림 보정)’ 기능이 있었다. 이 기능이 아이폰13에는 가장 저렴한 모델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는데, 그렇다고 기능 자체가 개선된 건 아니다. 아이폰13에 처음으로 적용된 시네마틱 동영상은 신기했다. 여러 인물이 한 화면에 나올 때 촬영자가 원하는 인물의 얼굴로 영상 초점을 옮겨주는 기능인데, 사진 찍을 때 있는 인물사진을 동영상으로 구현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그런데 일반인이 시네마틱 모드를 얼마나 사용할까 의문이다.”
박 “시네마틱 모드는 분명히 신기한 기능이다. 취재 현장 나갈 때 동영상 찍을 일이 많은데, 시네마틱 모드로 찍으면 조금 더 멋있는 결과물이 나올 것 같다. 그런데 그 정도뿐이다. ‘이 기능 때문에 아이폰13을 사야겠다’라는 정도는 아니다. 주변 사람이 ‘아이폰13 어때’라고 물었을 때 ‘이런 기능도 있어’라고 보여줄 수 있는 정도의 기능이다. 그리고 전문가들이 다른 장비가 있는데 굳이 이 기능을 얼마나 쓸까 싶다. 인물사진 모드도 예전에는 많이 썼다. 음식 사진도 인물사진으로 찍으면 멋지게 나온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안 쓰게 되는 게 사실이다. 시네마틱 모드도 초반에는 몇 번 신기해서 쓰다가, 자연스럽게 안 쓸 것 같다. 다만 마케팅적으로는 굉장히 도움이 되고 있다.”
윤 “아이폰13은 이전 모델보다 배터리 용량이 약 200㎃h(밀리암페어시) 늘어나면서 사용 시간이 2시간 정도 길어졌다. 두께와 크기, 무게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배터리 용량 및 사용 시간을 늘린 것이다. 아이폰13에 혁신이 없다고 하는데, 대단하지는 않지만 이런 게 사용자를 위한 혁신이 아닌가 싶다.”
박 “배터리 용량이 늘어나면 당연히 좋겠지만, 사용 환경에 따라 다르게 느낄 거라 본다. 대기화면에서 1시간 반, 음악 재생에서 1시간 반 이렇게 늘어난 거지, 게임을 포함한 고사양 프로그램을 실행할 때 1시간 반이 늘어난다는 건 아닐 것 같다. 집이나 사무실에 가면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충전하고 있고, 자기 전에 충전기를 꽂아 놓고 잔다. 그런 사용 패턴이 바뀌지 않는 한 배터리 용량 200㎃h 늘어난 게 큰 혁신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한 1000㎃h 늘어나면 모를까.”
윤 “아이폰13이 출시되면서 아이폰12의 가격이 조금씩 내려갔다. 아이폰13으로 바로 가면 좋겠지만, 가격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디자인도 비슷하고, 성능도 여전히 좋다는 아이폰12로 가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폰12로 이동했다가 향후 아이폰14나 아이폰15가 나오는 걸 보고 그때 또 갈아타면 어떨까 싶다.”
박 “스마트폰을 포함한 디지털 기기는 늘 최신 제품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변에서 이런 고민을 한다면 당연히 아이폰13을 구입하라고 권유하겠다. 하지만 아이폰12를 사용하는 입장에서는 아이폰14를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애플은 홀수 세대에서 폼팩터를 바꿨다. 그런데 아이폰9 없이 아이폰X이 출시되면서 현재는 짝수 세대에서 큰 변화가 있다. 내년에 나올 아이폰14에서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오주석 PD “2017년 나온 아이폰7+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아이폰14를 기다리기 위해서라면 여전히 비싼 아이폰12보다는 보급형으로 나온 아이폰SE2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현재 당근마켓에 아이폰SE2 알림 걸어놨다.”
박 “분명 저가형 아이폰을 요구하는 소비자도 있다. 아이폰13이 가장 좋은 아이폰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지만, 소비는 개인의 선택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진리는 있다. 비싸고 나쁜 건 있지만, 싸고 좋은 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