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위원회가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 판매가 이뤄지면 지난 2018년 이동통신 유통점들과 맺은 상생협약을 위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시 상생협약은 기업과 이동통신 유통업계가 자율적으로 맺어 판매를 제재할 방안은 없다. 다만 LG전자의 ‘사업철수’라는 변동사항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LG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하지만, 고심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스스로 맺은 협약을 파기하는 게 부담인 반면, 애플 측은 강하게 판매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24일 “LG전자가 LG베스트샵에서 애플 아이폰 제품 등을 판매할 경우 2018년 5월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등과 맺은 상생협약에 따라 위반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서 이동통신유통협회의 ‘LG베스트샵 아이폰 판매는 동반성장협약에 어긋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당시 맺은 상생협약서에는 ‘삼성전자판매(삼성디지털프라자)는 삼성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을, 하이프라자(LG베스트샵)는 LG전자가 생산 또는 공급하는 모바일폰만 판매한다’고 돼 있다.
반면 LG전자는 2018년 맺은 협약서 내 포함된 ‘변동사항에 대해 상호 합의한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모바일 사업 철수라는 특수한 상황이 변동사항에 포함될 여지가 있는 만큼 동반위 측의 판단에 따라 아이폰 판매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유통협회 측과 견해차가 큰 만큼 쉽사리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LG전자가 LG베스트샵에서 아이폰 판매를 강행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협약 자체가 자율적으로 맺어진 데다, 휴대폰 판매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동통신 유통업계는 몇 차례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추진을 해왔지만 무산됐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3년 간 대기업의 사업 철수 내지는 확장 자제가 이뤄진다.
동반성장위 관계자는 “기업과 유통협회가 자율적으로 맺은 상생협약이기 때문에 협약 파기 관련 내용을 공지하는 것 외에 판매를 막을 근거는 없다”면서도 “(LG베스트샵에서)아이폰 판매 검토가 외부로 알려진 만큼 쉽사리 추진하지는 못할 것이다”라고 했다.
LG전자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당장 오는 7월 모바일 사업 철수를 앞둔 가운데, LG베스트샵에서의 매출 감소와 고용 유지 등에 대한 해결책으로 ‘애플’이 적격이기는 하지만, 스스로 약속했던 협약을 파기하는 것은 부담이다.
LG전자는 지난해 동반성장위가 발표한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최우수’를 받았다. 아이폰 판매를 강행하면 평가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LG그룹 내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2018년 6개에서 지난해 8개까지 해마다 늘었다. 그룹 간판 기업인 LG전자가 제외될 경우 이미지 타격도 감수해야 한다.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애플은 LG베스트샵 판매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렸지만, 5G에서는 앞지르고 있는 만큼 격차 벌리기에 나서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1분기 5G 스마트폰 4040만대를 출하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출하량(1700만대)보다 절반 이상 많은 수준이다.
애플은 LG베스트샵을 통해 판로를 넓힐 경우 LG 폰의 빈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LG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13%다. 애플은 20%로, 삼성전자(65%)와의 격차가 꽤 벌어진 상태다.
LG전자 측은 LG베스트샵 아이폰 판매설(說)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라는 입장만 반복하며 뚜렷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LG베스트샵에서 모바일 판매를 담당하는 복수의 ‘모바일 매니저’들도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