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서울 강남구 A약국에 어린이용 해열제 를 두는 선반 자리가 비어있다. /김민국 기자

“코로나19로 여름철까지 해열제를 구하기 힘든 상황도 이례적인데, 지금 수족구병까지 유행하잖아요. 어린이 해열제 품귀 현상이 장기화 될 것으로 보여요.”

3일 서울 강남구에서 A약국을 운영하는 이준경(36) 약사는 어린이용 해열제 수급 현황을 묻자 “지난해와 비교해 어린이 해열제가 10배는 부족한 것 같다”라며 이렇게 답했다. 약사는 비어 있는 선반을 지목하며 “여기가 어린이 해열제 자리다”라며 “맥시부펜도 두 개 겨우 남았다”라고 했다.

코로나19 재유행이 본격화한 가운데 최근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수족구병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어린이 해열제 품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 약사는 “부루펜은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양이 50개로 한정돼 있는데, 얼마 전에 약품 도매 사이트의 부루펜 시럽 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는 일이 있었다”라며 “인기가 많은 시럽류는 보지 못한 지 오래됐다”고 했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표본감식 주간 소식지(30주차·7월 17~23일)에 따르면 올해 30주 수족구병 의사환자(감염 확인 환자와 의심 환자의 합) 천분율은 16.9명으로 집계됐다. 의사환자 천분율은 진료환자 1000명 중 수족구병 의사환자의 수를 뜻한다. 30주차 의사환자 천분율은 29주차(7월 10~16일) 12.5명보다 4.4명 늘어났으며, 28주차(7월 3~9일) 10.3명보다는 6.6명 증가했다.

수족구병은 주로 영유아들이 걸리는 병이다. 대변 등을 통해 전파되는데, 입 안이 헐고 물집과 궤양이 생기며 열이 높이 오른다. 별다른 치료제가 없어 해열제로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치료법이다. 코로나19 역시 영유아용 치료제는 따로 없기 때문에 해열제나 진통제를 주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서울 종로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신모(70) 약사는 “최근 어린이 해열제를 구하지 못해 헛걸음하는 손님도 늘고 있다”라며 “수족구병 유행으로 상황이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종로에 있는 약국도 이런데, 영유아가 밀집한 지역은 상황이 더 심할 것 같다”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등 정부는 국내 제약사의 해열제 생산을 모니터링하는 등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 부루펜 제조사인 삼일제약 등 국내 제약사들은 여름휴가도 반납하며 해열제 생산에 나섰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부루펜 시럽이나 타이레놀 같은 유명 상품만 찾다 보니 일부 품목에 한해 수급 불안이 심한 측면이 있다”며 “소비자들에게 1000여종이 넘는 대체 품목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