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핵심 통신망인 해저 케이블에 대한 공격 사례가 늘면서 일본이 케이블 보호·부설·유지보수 기술 분야에서 유럽연합(EU)과 협력을 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양측이 러시아를 피해 가는 경로를 확보해 지정학적인 불안정성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분석된다.

프랑스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ASN)의 해저 케이블./ ASN 홈페이지 캡처

27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일본과 EU는 북극해 북미 경로를 따라 일본과 유럽을 연결하는 새로운 해저 케이블 경로 건설에 대해서 논의할 예정이다.

해당 안건은 오는 5월 열리는 일본-EU 디지털 파트너십 이사회 장관급 회의 이후 발표될 공동성명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은 케이블 절단, 손상, 의심 선박 접근 등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 대응을 중심으로 케이블 손상 조기 탐지 기술을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할 전망이다.

해저 케이블이란, 바다 밑에 설치한 통신 인프라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약 150만km 길이의 해저 케이블 약 500개가 설치돼 있으며, 주로 태평양과 대서양에 집중돼 있다. 해저 케이블은 국제 전화 통화, 인터넷 데이터, 금융 거래, 군사 통신 등 데이터를 송신하며, 국제 통신의 99%를 담당하고 있다.

일본과 유럽은 해저케이블 강국이다. 프랑스는 알카텔 서브마린 네트웍스(ASN), 일본은 NEC 등 대표적인 해저 케이블 제조·설치 업체를 보유하고 있다.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ASN의 해저케이블 설치 비율은 세계 시장 점유율 약 40%로 1위며, 일본 NEC는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과 EU의 해저 케이블 협력은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해소하는 조치로 분석된다. 최근 주요국들이 통신 인프라를 안보 자산으로 간주하면서 해저 케이블 방어 협력도 강화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해저 케이블이 적군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대국의 지휘 통신을 교란하는 한편, 경제 활동을 중단시키는 데에도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2022년 이후 발트해에서는 해저 케이블 손상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025년 1월에는 라트비아와 스웨덴을 연결하는 해저 케이블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대만 당국이 대만 해역에서 케이블을 절단한 혐의로 중국인 선장을 체포했으며, 정보 도청 장비도 발견된 바 있다.

쓰치야 모토히로 게이오대학교 교수는 "해저 케이블은 금융 거래, 무역, 군사 작전 등 모든 국경 간 활동을 지탱하는 핵심 인프라"라며 "케이블 절단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경우 세계 경제에 심각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닛케이아시아는 러시아 인근 해역을 피하는 북극해 경로로 케이블을 설치할 경우 지정학적 위험성을 줄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양국의 계획이 실현되면 일본과 유럽 간 통신 속도는 약 30%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