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한 대학 행사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가 공연 도중 돌발 행동으로 학생을 끌어안는 일이 발생해 안전성 문제가 일고 있다. 일각에선 인공지능(AI)의 '자율 의식' 논란까지 제기됐다. 전문가는 인간과 협업하는 로봇의 안전 설계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개방된 환경에서 대중에 노출되는 로봇은 일반적인 소품이 아닌 '위험성을 지닌 지능형 장치'로 간주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7일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와 상유신문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4일 중국 산시(陕西)성 시안(西安)의 한 대학 운동회 개막식 공연 중 벌어졌다. 학생들과 동작을 맞춰 안무를 수행하고 있던 휴머노이드 한 대가 갑자기 방향을 돌려 대열에서 이탈하더니 근처에 있던 여학생을 껴안은 것이다. 현장 관계자가 즉시 개입해 휴머노이드를 떼어냈으며, 학생은 부상을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4일 중국 시안의 한 대학 행사에서 춤을 추던 휴머노이드가 돌연 학생을 끌어안은 모습. /글로벌타임스 캡처

해당 공연은 로봇과 학생 동아리의 협업 무대로, 대학 측은 지역 매체에 "캠퍼스 문화 활동의 혁신을 위한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로봇은 이 대학 졸업생이 설립한 기업이 제공했으며, 행사 후 반환 조치됐다.

사건 이후 중국 온라인에서는 원격 조작 또는 사전 연출이 아니냐는 추측과 함께 로봇이 자율적인 의식체계를 갖게 된 것 아니냐는 논쟁까지 이어졌다. 대학 측은 "사전에 설계된 동작이 아니라 단순 오류였다"고 선을 그었다. 제조사 측은 공연 당시 교내엔 여러 대의 드론이 동시에 운용됐는데 이 과정에서 신호 간섭이 발생해 로봇이 비정상 동작을 보였다고 해명했다.

전문가 역시 이번 사건을 AI의 자율 의식의 발현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충칭사범대 지능·인지연구소의 가오환 부소장은 상유신문에 "현재 정보로 볼 때 동작 제어 이상이나 실행 오류, 현장 안전 설계 미흡 등이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무대 공연용 로봇은 일반적으로 사전 프로그래밍된 동작 스크립트에 따라 움직이지만, 위치 인식 오류나 자세 인식 오류, 인간 참가자의 동선 이탈 등이 겹칠 경우 의도치 않은 접촉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오 부소장은 "행동이 발생한 이후에도 로봇이 사람과 접촉할 수 있었던 점이 더 중요한 문제"라며 인간과 로봇의 협업 환경에서의 안전 설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연·전시 등 개방된 환경에서는 로봇을 단순 소품이 아닌 '기계적 위험을 내포한 지능형 장치'로 보고, 사전 위험 평가와 리허설, 안전거리 확보, 비상정지 장치, 인력 배치, 대응 매뉴얼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