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참석한 연례 백악관 출입기자단(WHCA) 만찬 행사 도중 총격 사건이 발생하면서,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던 백악관 초호화 연회장 건설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4억 달러(약 5900억원)를 투입해 백악관에 약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8000㎡ 규모의 대형 연회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이미 역사적 가치를 지닌 백악관 동관(이스트윙) 철거도 시작한 상태다.
그러나 미 법원은 지난달 31일(현지 시각) "미 대통령은 미래의 대통령 가족을 위한 백악관의 관리인이지 주인이 아니다"라며 의회 동의 없이 진행되는 연회장 건설 공사를 중단해 달라는 미 국가역사보존협회(NTHP)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다만 항소법원은 6월 사건 심리 전까지 공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허용한 상태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5일 총격 사건 직후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가 백악관에 계획하고 있는 모든 요소들을 갖춰야 하는 것"이라며 "백악관은 실제로 더 넓은 공간이고 훨씬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 유리와 드론 방어 시설 등 건설이 추진 중인 연회장의 보안 기능을 나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튿날인 26일에도 트루스소셜을 통해 "어젯밤 일어난 일은 우리의 위대한 군대, 비밀경호국, 법 집행 기관, 그리고 각기 다른 이유로 모든 대통령이 지난 150년간 백악관 부지에 크고 안전하며 보안이 철저한 연회장을 요구해온 이유를 보여준다"면서 "현재 백악관에 건설 중인 군사적으로 최고 수준의 보안을 갖춘 연회장이 있었다면 이런 일은 결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총격 사건 이후 트럼프 측근들도 잇따라 백악관 연회장 건설 필요성을 강조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루이지애나 주지사 제프 랜드리는 소셜미디어(SNS) 엑스(X)에 "안타깝게도 영부인과 저는 대통령과 모든 내각 구성원들과 함께 백악관 기자단 만찬장에서 대피해야 했다"면서 "이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 전용 연회장을 건설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라고 주장했다.
공화당 소속 랜디 파인 플로리다주 하원의원 역시 "백악관 연회장에 대해 불평하는 사람이 다시는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X에 게시했다. 공화당 소속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 NBC 뉴스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연회장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연회장 건립을 승인하고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야당에서도 찬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내 온건파로 꼽히는 존 페터먼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주)은 총격 사건이 발생한 호텔을 언급하며 "그 장소는 미국 정부의 승계 서열 인사들이 참석하는 행사를 수용하도록 지어진 곳이 아니다"라며 "어젯밤 상황을 보고 나니 트럼프 증후군(TDS)을 그만두고, 바로 이런 행사를 위해 백악관 연회장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연회장 건설에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이날 공사 중단 소송을 낸 국가역사보존협회 측 변호인에게 소송 취하를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브렛 슈메이트 차관보는 서한에서 전날 워싱턴DC 힐튼 호텔에서 발생한 암살 시도를 언급하며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를 외부 시설에서 개최하는 것은 중대한 보안 위험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만찬의 보안 문제를 연회장 건설 프로젝트와 연결하려는 조직적인 시도는 매년 열리는 이 만찬의 성격과 토요일 밤 발생한 사건의 상황을 대체로 간과한 것"이라며 "만찬 주최자인 WHCA는 백악관 출입기자로 구성된 독립적 단체로, 설령 연회장이 있었더라도 언론의 독립성에 대한 우려로 이 행사를 백악관에서 개최하는 데 동의했을지는 불분명하다"고 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새로운 연회장이 건설된다 하더라도 향후 백악관 출입기자 만찬이 그곳에서 열릴지는 전혀 불확실하다"며 "이 만찬은 정부 행사가 아닌 민간 행사"라고 지적했다. NBC 뉴스는 "정치적 양극화가 심한 환경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향후 대통령은 개인 경호와 이동 및 일반 국민과의 접촉 필요성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할 수도 있다"며 "연회장은 안전하고 보안이 철저할 수 있지만, 현직 대통령의 생존을 위해 그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