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권력의 중심이 성직자를 앞세운 신정 체제에서 군부로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전쟁 초기 사망한 이후 형식상 후계자가 세워졌지만, 실제 국정 운영은 이미 혁명수비대(IRGC) 장군들이 장악한 집단지도체제로 재편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남부에서 진행된 훈련에 참가한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해군 대원들. /로이터

23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측근인 정치인 압돌레자 다바리는 "모즈타바는 이사회 의장처럼 국가를 관리할 뿐, 모든 결정은 장군들이 모여 집단으로 내린다"라고 말했다. 모즈타바가 사실상 '상징적 지도자'에 머물고 있다는 의미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현재 은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말 미군과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부친과 가족을 잃고 본인도 중상을 입어 외부 활동이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복수의 이란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그는 다리 수술을 세 차례 받았고, 의족을 기다리고 있다. 얼굴과 입술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말하기도 어려운 상태로 전해졌다. 그가 영상이나 음성 메시지를 내지 못하고 서면 성명만 발표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NYT는 모즈타바가 손으로 쓴 메시지를 여러 전달자가 릴레이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반대로 외부에서 전달되는 보고 역시 편지 형태로 전달된다. 이 같은 상황과 안전 문제로 인해 주요 의사결정은 사실상 군부가 쥐고 있다.

현재 이란의 실질 권력은 혁명수비대 장군들이 장악하고 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수호를 위해 창설된 혁명수비대는 정치·경제·정보기관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기존에는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의 절대적 권위 아래 있었지만, 사망 이후 권력 공백이 생기면서 군부가 전면에 나섰다. 혁명수비대는 후계 구도에서 모즈타바를 지지하며 그의 선출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하지만 그는 부친과 달리 절대적 권위를 갖지 못하고 군부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알리 바에즈는 "모즈타바는 이름만 지도자일 뿐, 실제로는 혁명수비대에 의존하고 있다"며 "그의 권력 기반 자체가 군부에 의해 만들어졌다"라고 말했다.

혁명수비대 장군들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결정, 미국과의 휴전 및 협상 승인, 협상 대표로 군 출신 국회의장 갈리바프 지명 등 주요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협상에는 사상 처음으로 군 장성들이 공식 대표단에 포함되면서 외교 분야까지 군부가 직접 장악하는 양상이 뚜렷해졌다고 NYT는 전했다. 반면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과 내각은 식량·연료 공급 등 내정 관리에만 집중하도록 사실상 배제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무장관 아바스 아라그치 역시 협상 주도권을 잃은 상태다.

이란 내부에서는 협상 여부를 둘러싼 갈등도 드러나고 있다. 최근 미국과의 2차 협상을 앞두고 군부는 "해상 봉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협상은 무의미하다"고 주장한 반면, 대통령 측은 "전쟁 피해가 3000억 달러에 달해 제재 완화가 필요하다"고 맞섰다. 결국 협상은 군부 판단에 따라 전격 취소됐다. 권력의 중심축이 군부로 바뀌면서 내분이 끊이지 않는 이란 정세의 불확실성은 향후 더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