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 설계 및 선도함 건조 2차 입찰에 참여했다. 1차 입찰 당시 기본 설계 자료가 경쟁업체인 한화오션에 제공된 점 등을 문제 삼아 불참했으나, 재공고 입찰에 참가하면서 한화오션과 KDDX 수주 경쟁을 이어가게 됐다.
HD현대중공업은 27일 "KDDX 사업 기본 설계 수행 업체로서 최고 수준의 함정 건조 역량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해군의 전력 강화와 국가 방위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자 이번 입찰에 참가 등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마감된 KDDX 1차 경쟁 입찰은 한화오션 단독 응찰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됐고, 방위사업청은 28일을 기한으로 2차 입찰 공고를 냈다.
KDDX는 선체와 전투 체계, 대형 통합 마스트 등 주요 구성품을 국내 기술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국내 함정 사업 중 처음으로 통합 전기식 추진 체계를 적용하는 고난도 사업으로 꼽힌다. 총 7조8000억원을 투입해 6000t급 구축함 6척을 건조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 KDDX는 기본 설계까지 완료됐으며, 향후 상세 설계,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KDDX 개념 설계는 2012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이 맡았고, 이후 기본 설계는 2020년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해 수행했다. 당초 2023년 12월 기본 설계 완료 후 2024년부터 상세 설계와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예정이었으나, 사업자 선정 방식을 둘러싼 갈등으로 사업이 2년가량 지연됐다.
앞서 HD현대중공업은 1차 입찰 당시 방사청이 영업 비밀이 포함된 기본 설계 자료를 경쟁사인 한화오션에 제공한 점을 문제 삼으며 참가 등록을 하지 않았다. 한화오션은 방사청이 제공한 KDDX 사업 제안 요청서(RFP) 자료를 통해 HD현대중공업의 노무비 단가, 공법, 기술 적용 계획 등과 관련한 정보를 확보했지만, HD현대중공업은 상대의 정보가 없어 전략을 수립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HD현대중공업은 이 자료를 한화오션에 제공해선 안 된다며 가처분 신청도 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하자 지난 15일 항고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날 입찰 참가와 함께 법원에 방사청을 상대로 '보안감점 연장적용 금지' 가처분 신청도 냈다. HD현대중공업 측은 "최근 입찰에 참여한 해양정보함 기본설계 제안서에 대한 방사청의 평가 결과를 통해 보안감점 적용이 법적 근거 없이 부당하게 연장됐다는 점을 확인해 가처분 신청을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HD현대중공업 임직원 9명은 2013년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도 등 해군 기밀 자료 12건을 불법으로 취득해 회사 내부망을 통해 공유했다가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8명은 2022년, 1명은 2023년 유죄가 확정됐다. 당초 방사청은 두 판결을 한 사건으로 보고 1.8점 감점을 부과하기로 했으나, 지난해 말 내부 검토를 거쳐 별도 사안으로 보고 올해 12월까지 1.2점 감점을 추가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소수점 차이로 수주 여부가 갈릴 수 있는 방산 입찰 특성상 1.2점 감점은 당락에 영향을 미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HD현대중공업 내부에서는 보안 감점 연장과 기본 설계 자료 제공에 따른 불리한 입찰 구도 때문에 KDDX 사업 참여 실익이 크지 않다는 회의론도 일었으나, KDDX를 놓치면 후속함과 차기 함정 사업 주도권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HD현대중공업 측은 "국내 1위 함정 사업자로서 최고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KDDX 사업의 성공을 위해 끝까지 책임 있는 자세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