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 4사가 올해 1분기 역대급 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S-Oil(010950)(에쓰오일)이 가장 높은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쓰오일의 회계 처리 방식이 유가 상승기에 이익을 더 크게 만드는 방식인 덕분이다. 그러나 유가 하락기엔 타사보다 이익이 더 줄어들 수 있다.

14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 4사의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5조9635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811억원) 대비 7254%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대한송유관공사 서울지사 인근 도로에 탱크로리(유조차)들이 운행하고 있다./뉴스1

이는 중동 사태로 석유 제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재고 효과가 나타난 결과다. 가격이 저렴할 때 사둔 원유를 사용해 항공유, 휘발유 등 석유 제품을 만들고, 비싼 가격에 팔면서 이익이 늘어나는 현상이다. 원유 구매 후 제품 판매까지 시간 차이가 있어 '래깅 효과(Lagging effect)'라고도 한다.

특히 에쓰오일은 1분기 매출액 8조9427억원, 영업이익 1조2311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13.8%를 달성했다. 에쓰오일의 1분기 영업이익률은 GS칼텍스(12.6%), HD현대오일뱅크(12.1%), SK에너지(10.7%) 등 다른 정유사들보다 높다.

정유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의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 이유로 재고자산 원가를 계산할 때 선입선출법(FIFO·First In First Out)을 쓴 것을 꼽는다. 제품을 만들 때 먼저 구매한 원료부터 차례대로 투입한다는 개념이다. 유가 상승기엔 저렴하게 사온 원유부터 제품 생산에 투입한 것으로 계산돼 원재료비가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된다.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당시 기업들은 재고자산 평가 방식을 선입선출법, 총평균법 중에서 선택해야 했다.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아람코를 따라 선입선출법을 도입했다.

이와 달리 다른 정유사들은 총평균법을 쓴다. 최근 사온 원유 가격을 평균 내 원재료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유가가 오르는 시기엔 선입선출법보다 원재료비가 높게 산출된다.

예를 들어 국제 유가가 두 달 전엔 배럴당 50달러, 한 달 전은 100달러, 이달엔 150달러이며 정유사는 매달 100배럴씩 구매한다고 가정한다. 정유사들은 두 달 전부터 최근까지 매입한 원유 200배럴을 정제해 생산하고 있다.

이때 선입선출법을 쓰는 정유사의 원재료비는 1만5000달러(50달러×100배럴+100달러×100배럴)다. 반면 총평균법을 쓰는 정유사의 원재료비는 2만달러(50달러×100배럴+100달러×100배럴+150달러×100배럴)×(200배럴/300배럴)가 된다.

거꾸로 유가 하락기엔 선입선출법을 쓰는 에쓰오일의 이익이 더 떨어질 수 있다. 국제 유가가 급등락했던 2022년 1분기 에쓰오일의 영업이익률은 14.2%였다가 4분기엔 영업 손실을 내며 변화 폭이 마이너스(-) 15.7%포인트(p)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SK이노베이션(-13.7%p), GS칼텍스(-9.9%p), HD현대오일뱅크(-9.6%p)보다 변화 폭이 컸다.

박동흠 회계사는 "선입선출법을 쓰면 유가 변동기에 실적이 더 크게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