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발발로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내 LNG 수입을 사실상 독점하는 한국가스공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보통 LNG 가격이 저렴한 하절기(6~8월)에 동절기(12~3월) 대비용 물량을 사두는데, LNG 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아서다.

28일 발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LNG 수입량 총 4672만톤 중 가스공사 수입 물량은 74%(3428만톤), 민간기업 직수입 물량은 26%(1244만톤)였다. 가스공사는 국내 LNG 도입·저장·배관망 운영 등을 담당하는 공기업으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가스공사는 주로 LNG 장기 계약을 통해 호주, 말레이시아, 카타르, 미국 등지에서 LNG를 수입한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수급에 차질이 생긴 카타르산 LNG는 전체 수입 물량의 14% 정도다. 가스공사는 사전에 확보한 대체 물량이 있어 당장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2월 28일 이후 가스공사는 아직 현물(스팟) 시장에선 LNG를 구매하지 않았다고 한다. LNG 현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데다 아직은 수급 관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는 기존 LNG 수요를 기반으로 전체 계약 중 70~80%를 장기 계약으로, 나머지는 단기 거래인 스팟 계약으로 LNG를 들여온다.

최근 일본, 한국으로 들어오는 LNG 현물 가격이 두 달 새 50%나 뛰었다. 동아시아 LNG 현물 가격 지표인 JKM(Japan-Korea-Marker)은 공습 직전인 2월 27일 MMBtu(열량 단위)당 10.70달러였으나, 지난 27일에는 17.17달러에 거래됐다.

문제는 LNG 현물 가격이 뛰면서 가스공사의 하반기 LNG 수급 계획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금껏 가스공사는 LNG 가격이 저렴한 하절기에 동절기 대비용 물량을 사두는 '동고하저(冬高夏低)' 대비 전략을 써왔다. 계절적 요인으로 하절기에 LNG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다.

업계에서는 하절기에 LNG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게다가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이어 일본·중국과 물량 경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여름에 LNG를 구매해 비축해야 할 지 애매한 상황이다.

보통 유가가 오르면 3개월쯤 시차를 두고 LNG 가격도 따라 오른다. 석유와 천연가스는 서로 대체재 관계로, 석유가 비싸지면 대신 천연가스 사용량이 늘어 가격이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중동 사태 이후 최근 국제 유가는 90~100달러 선에서 움직이는데, 이 가격은 현재 LNG 가격엔 반영되지 않았다.

비싼 LNG를 그대로 들여오면 가스비뿐만 아니라 전기 요금 인상 압박도 커진다. 한국은 전력 생산의 30%를 LNG 발전이 담당한다. LNG 단가가 오르면 한국전력공사가 발전사에서 전기를 사 오는 비용(SMP)이 급등해 전기 요금 인상 요인이 된다.

가스공사 입장에서는 재무 구조가 더 부실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문제가 있다. 가스공사는 LNG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도시가스를 공급하면서 발생한 미수금이 현재 14조원을 넘어선 상태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 요금은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로 손실을 요금에 반영하지 못하면 재무 부담이 커진다.

가스공사는 국내 LNG 수급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시장을 살피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동절기에 LNG를 많이 썼기에 올해 하절기에 충분히 LNG 저장 탱크를 채워둬야 한다"며 "제일 중요한 게 수급, 둘째가 가격이다. LNG 현물 가격이 비싸더라도 국내 LNG 수급에 문제가 생겨선 안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