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삼남인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사장과 김동선 한화갤러리아(452260) 부사장이 한화에너지 지분 일부를 매각한다. 증여세 납부와 신사업 투자 자금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다. 장남인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분을 매각하지 않으면서 한화그룹 후계 구도가 확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6일 한화그룹은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5%, 15%의 한화에너지 지분을 재무적 투자자(FI)인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한투PE) 컨소시엄에 매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 매매 대금은 약 1조1000억원 규모다.
한화에너지는 김동관 부회장이 50%,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25%씩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거래로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의 지분은 각각 20%, 10%로 줄어들고 20% 지분을 보유한 FI가 주요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김동관 부회장은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 자리를 그대로 유지한다.
한화에너지는 한화그룹 비상장 계열사로,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한화의 지분 22.15%를 보유하고 있다. '3형제→한화에너지→㈜한화→주요 계열사'로 이어지는 만큼 한화그룹 지배를 위한 핵심 계열사로 꼽힌다. 김동관 부회장이 이번 지분 매각에서 빠졌다는 것은 그룹 후계자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의미로 읽힐 수 있다.
김동원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에너지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자금으로 증여세 등 세금을 납부할 계획이다. 올해 초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화 지분 22.65% 가운데 절반인 11.32%를 3형제에게 증여했다. 이 증여로 3형제가 납부해야 하는 증여세는 약 2200억원 규모로 추산됐다.
남은 자금은 각자의 관심 분야 또는 신규 사업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김동원 사장은 금융 계열사, 김동선 부사장은 유통 계열사를 맡고 있다.
한화그룹은 "매수인(한투PE)은 지분 인수 후 이사 선임 등을 통해 한화에너지의 중장기 경쟁력 제고와 기업 가치 상승을 위한 다양한 협업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한화에너지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더 투명하고 효율적인 지배 구조를 마련했고, 재무적 안정성과 신용도 제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한화에너지는 향후 기업공개(IPO)를 통해 기업 가치 및 주주 가치를 제고하고, 글로벌 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