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그룹이 차세대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실리콘 음극재' 사업에 진출한다. 이를 위해 HS효성은 지난달 31일 1억2000만 유로(약 2000억원)을 투자해 벨기에에 본사를 둔 글로벌 소재 기업 유미코아의 배터리 음극재 자회사 EMM을 인수하고, 유미코아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3일 발표했다. 이번 거래는 당국의 승인을 거쳐 최종 마무리될 예정이다.

HS효성 조현상 부회장(왼쪽 네 번째)과 유미코아 CEO 바트 삽(왼쪽 세 번째)이 벨기에 현지에서 기념 촬영을 진행하고 있다. / HS효성 제공

유미코아는 100년이 넘는 역사와 첨단소재 원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배터리·촉매·반도체·방산·우주항공 분야에서 연구개발 및 생산 능력을 가진 글로벌 기업이다. 최근 중요성이 크게 대두되고 있는 희토류 관련 기술도 보유하고 있고, 한때 퀴리 부인이 라돈·우라늄 등 연구 활동을 했던 곳이다.

실리콘 음극재는 배터리의 음극에 적용되는 소재로 기존의 흑연 음극재 대비 에너지 밀도가 최대 10배 이상 높아 차세대 배터리 시장의 '게임 체인저'로 꼽힌다. 전기차의 충전 시간을 단축하는 급속 충전이 가능하고, 충전 효율 개선과 주행 거리 향상 및 가격 경쟁력 확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기술이다. 특히 음극재 이외의 다른 소재 영역이 기술적 한계에 이르면서 실리콘 음극재가 미래 배터리 혁신에 가장 잠재력이 큰 분야로 꼽히고 있다.

HS효성은 이번 인수를 통해 향후 5년간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첫 투자처는 울산으로 알려졌다. 60년 전 효성그룹의 모태가 된 울산공장은 현재 아라미드, 자동차소재 사업 외 대부분의 사업을 해외로 이전했다. HS효성은 "국내 리쇼어링을 통해 고부가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민국의 핵심 사업 중 하나인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 투자를 통해 반도체, 조선, 방산 등과 함께 핵심 성장 산업에서 대한민국의 글로벌 공급망 경쟁력 확보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