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종합상사(포스코인터내셔널(047050)·SK네트웍스(001740)·LX인터내셔널(001120)·삼성물산(028260) 상사 부문·현대코퍼레이션(011760))들이 주주 친화 정책을 발표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종합상사는 영업이익률이 낮아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주주 친화 정책을 도입해 재평가를 꾀하는 모습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종합상사의 PBR은 포스코인터내셔널 1.18배(3분기 말 재무제표에 최근 주가 기준), SK네트웍스 0.44배, LX인터내셔널 0.48배, 삼성물산 0.61배, 현대코퍼레이션 0.44배 등이다. PBR은 기업 주가를 장부상 가치로 나눈 수치인데, PBR이 1배 미만이면 현재 주가가 기업의 청산가치보다 낮다는 의미다.
정부는 국내 증시가 저평가돼 투자자가 이탈한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일본 사례를 참고해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기업을 독려하고 있다. 올해 밸류업 관련 정책을 공시한 종합상사는 포스코인터내셔널, SK네트웍스 두 곳이다. 지난 23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주주환원율을 50%로 높이고, 중간배당을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기업 성장을 통한 주주가치 증대 방안’을 발표했다. 주주환원율이란 기업이 배당, 자사주 매입에 쓴 돈을 순이익으로 나눈 비율을 의미하는데, 주주환원율이 높을수록 기업이 이익을 주주들에게 더 많이 나눠준다는 것으로 해석한다.
SK네트웍스는 지난 10월 31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통해 오는 2026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을 현재보다 1.1%포인트(P) 높은 3.5%포인트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연간 배당금을 1주당 250원 이상 지급하고, 중간 배당을 추가한다는 내용도 넣었다.
SK네트웍스는 인공지능(AI) 중심 사업 지주사로 변신 중이다. 그간 낮은 ROE 때문에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AI 중심의 사업 모델 구축하고 수익성 강화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자회사인 SK매직의 가전 사업 종료, SK렌터카 양도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조정해 온 것도 ROE 증대 전략의 일환이다.
LX인터내셔널, LX판토스 등이 소속된 LX홀딩스(383800)는 올해 지분법 개선으로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증권가는 보유 현금을 활용한 기업가치 제고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LX인터내셔널은 배당 수익원으로 활용하는 LX판토스 지분을 늘리고 있다. 지난 6일 LX인터내셔널은 LX판토스 지분(15%)을 추가로 사들여 지분율을 76%로 늘렸다. 직전 지분율(51%) 기준으로 LX인터내셔널이 LX판토스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은 2022년 409억원, 2023년엔 441억원에 달했다. 올해 배당금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물산 상사 부문은 3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3기 정책이 처음 시행되는 해였다. 관계사 배당수익의 70%를 재원으로 배당 규모를 결정했고, 매년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종합상사의 수익 구조가 바뀌고 있고 주주환원책을 시행하면서 기업가치가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상사의 영업이익률은 보통 1~4%로 낮은 편이다. 트레이딩 사업부의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환율 등락에 따라 이익률이 오가곤 했다. 최근엔 트레이딩 중심에서 벗어나 자원, 투자 사업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박종렬 흥국증권 연구원은 “불안정한 정국이 진정되면, 다른 종합상사들도 밸류업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