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267250)가 신약 개발 회사 에이엠시(AMC)사이언스를 설립하며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바이오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조선·해양, 에너지, 건설기계에 이어 바이오 신약 사업을 그룹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키워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선 HD현대의 바이오 신사업 개척 행보가 삼성그룹과 닮은꼴이라는 평이 나온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009540)은 AMC사이언스를 설립하고 지분 100%를 취득해 지난달 29일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분가액은 270억원이다. HD현대의 공익법인 아산사회복지재단도 이달 9일 AMC사이언스 유상증자에 50억원을 출자했다. AMC사이언스의 보통주 1만4210주, 전환우선주 3만5790주를 취득하는 방식이다.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HD현대의 최대주주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HD현대 제공

AMC사이언스는 당초 아산재단 산하 서울아산병원의 사내독립기업으로 출범했다. 사명의 AMC는 서울아산병원의 영문 이름(Asan Medical Center)에서 따왔다. AMC사이언스는 아산병원의 임상연구 등을 활용해 신약 연구와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승진 후 지주사 차원에서 신사업 보폭을 넓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인 등기를 보면 부지홍 HD현대미래파트너스 대표가 AMC사이언스의 대표이사를 맡는다. HD한국조선해양의 이상혁 전무(원가·회계 부문장), 남궁훈 전무(HR 부문장)도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HD현대미래파트너스는 HD현대의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맡은 자회사로, 특히 아산병원과 협업해 의료바이오 신규 투자를 발굴하는 역할 등을 맡아왔다.

부 대표는 정 수석부회장이 주도하는 바이오 신약 신사업을 사실상 총괄하고 있다. 부 대표는 정 수석부회장이 몸담았던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출신으로, 셀트리온·차병원그룹 등에서 바이오 분야 경력을 쌓고 2021년 말 HD현대에 합류했다. 부 대표의 전임자인 김성준 현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 역시 BCG에서 정 수석부회장과 함께 근무한 바 있다.

재계에선 HD현대의 바이오 신약 사업 투자가 삼성그룹의 행보와 비슷한 면이 많다는 평이 나온다. HD현대가 AMC설립에 아산재단과 아산병원을 활용한 것처럼 삼성그룹은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교원 창업한 바이오 기업 이엔셀(456070)에 사회복지법인 삼성생명공익재단 등 그룹 계열사가 투자한 바 있다. 이엔셀은 장종욱 삼성서울병원 교수가 2018년 교원 겸직으로 창업한 회사로 올해 8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이엔셀은 삼성가(家)의 신경계 유전병 샤르코마리투스병 등을 위한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을 운영하는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등 그룹 계열사들이 이엔셀에 대거 투자했다. 삼성그룹은 컨트롤타워 격인 미래사업기획단이 미래 먹거리로 바이오 사업을 키우고 있고 바이오 투자를 하는 삼성라이프사이언스펀드를 운용하고 있는데, HD현대는 경영기획실이 그룹 차원 신사업 발굴과 투자를 맡고 있다. 김종철 HD현대 경영기획2실장이 올 초 HD현대미래파트너스 사내이사로 취임하기도 했다. HD현대는 미래에셋그룹과 함께 조성한 펀드를 통해 바이오·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에도 투자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그룹 경영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면서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육성에 나섰다. HD현대 경영지원실장(부사장) 시절이던 2018년 카카오(035720)그룹과 함께 의료 빅데이터 기업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설립했고, 2020년엔 바이오·인공지능 등을 중심으로 한 미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2021년에는 HD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메디플러스솔루션을 인수했다. 같은 해 말 부지홍 대표를 HD현대미래파트너스에 영입해 신약 연구개발 기업 암크(AMC)바이오 설립을 맡겼다.

재계 관계자는 "부 대표가 정 수석부회장이 그리고 있는 바이오 사업을 실행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컨설팅 회사 출신답게 다른 그룹들의 미래 사업 전략에도 밝은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