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010130)은 호주에서 30년전부터 제련소를 비롯해 신재생에너지, 수소 등에 투자했고, 성과를 내고 있다. 영풍(000670)과 MBK파트너스는 이를 비싼 비용으로 치부한다. 사모펀드가 들어오면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멈출 수 있다. 일자리, 지역사회에 타격을 줄 수 있어 호주 연방정부에서도 우려가 크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선메탈 CFO(최고재무책임자), 아크에너지 CEO(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최주원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주원 대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사촌으로 최창규 영풍정밀(036560) 회장의 장남이다. 최창규 회장은 고(故) 최기호 영풍그룹 창업주의 4남이다.

최주원 아크에너지 대표이사./본인 제공

고려아연은 지난 1999년 호주 퀸즐랜드 타운즈빌에 아연 제련소인 선메탈을 설립했다. 최윤범 회장이 2014년부터 5년간 선메탈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어 신재생에너지 회사인 아크에너지를 설립해 호주 곳곳에서 풍력, 태양광 발전단지를 운영하고 있다. 최주원 대표는 2017년 고려아연에 입사해 전략기획을 담당하다가 2021년 아크에너지 설립한 후 호주 사업부를 이끌고 있다.

사모펀드 운영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손잡고 최윤범 회장의 고려아연 경영권 박탈을 추진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 주식을 주당 66만원에 최소 144만5036주(발행주식 총수의 약 6.98%), 최대 302만4881주(14.61%) 공개매수할 예정이다.

최 대표는 고려아연의 경영권이 사모펀드로 넘어가면 호주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돼 현지 정관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 대표와 일문일답.

─호주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우려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당장 수익성이 낮거나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사모펀드는 언젠가 회사를 팔고 나가야 하고, 그동안 수익을 최대한 내야 하는 곳이다. 공개매수 자금 중 1조4900억원은 9개월 기한으로 NH투자증권(005940)에서 빌린 돈이란 점도 우려스럽다. 펀드의 만기를 고려하면 (MBK는) 장기적으로 있을 수 없는 구조다. 사모펀드가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수익성이 낮은 그린수소 사업에 10년, 20년 투자할 수 있을까. 고려아연이 호주에서 쌓아놓은 평판이 다 무너질 수 있다.”

─호주 정관계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호주 연방정부에서 선메탈, 아크에너지에 대해 우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업 내용이 좋고 일자리 창출 등 지역 사회에 기여를 많이 하기 때문이다. 최윤범 회장이 선메탈 사장으로 있을 때부터 정관계와 돈독한 사이를 유지했다. 현지 정치인들이 선메탈에 자주 온다.

이번 사안을 접한 지역구 의원들은 영풍, MBK가 어떤 회사인지 물어본다. 대표이사 2명이 안전, 환경 문제로 감옥에 간 회사라고 설명하면 깜짝 놀란다. 이곳 기준으로 보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한국타이어가 호주 최대 타이어 유통업제인 ‘작스 타이어즈’를 갖고 있는데, 거길 인수하려다 실패한 곳이라고 하면 더 놀란다. (지난해 MBK는 한국앤컴퍼니(000240)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실패했다.)”

선메탈·아크에너지의 작년 매출액은 약 8000억원이다. 직접 고용인원은 650여명이고, 상시 근무 중인 도급계약업체까지 포함하면 900명 정도다. 지난 2016년 퀸즐랜드니켈(QNI)이란 니켈제련소가 문을 닫았는데, 당시 8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져 지역 사회에서 이슈가 되기도 했다.

MBK 측은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해도 신재생에너지(그린수소), 자원순환(폐배터리), 2차전지 소재 등 최윤범 회장이 추진한 ‘트로이카 드라이브’는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고려아연이) 잘 하고 있는 사업을 굳이 반대하진 않는다. 고려아연을 최소 10년 이상 갖고 있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주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는.

“탈탄소를 위해 나중에는 다 신재생에너지로 바꿔야 하니 ‘제대로 해보자’는 목표로 10년, 20년 계속 투자하고 있다. 선메탈은 아연업계 최초로 RE100(기업의 사용전력량을 100%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캠페인)에 가입한 곳이기도 하다. 호주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잘 구축된 나라다.

신재생에너지는 어느 정도 수익성은 있지만 당장 돈을 엄청나게 버는 사업은 아니다. 그러나 전기료, 인건비가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아야 한다. 앞으로 아연 제련소는 원가를 줄이지 않으면 수익성을 높이기가 어렵다. 아크에너지는 풍력 발전소, 태양광 파이프라인 등을 갖고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고 있다.”

─앞으로 계획은.

“호주에서 해야 할 일이 많다. 2~3년 남은 프로젝트들이 있다. 풍력터빈 162대가 설치되는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가 있는데, 여기 지분 30%를 갖고 있다. 내년에 상업 운전을 시작하면 선메탈은 태양광, 풍력 발전소 등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해 전기의 80%를 충당한다. 최종적으로 그린 수소, 그린 암모니아를 만들어서 내보내기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 개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