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국가의 환경 규제가 강해지면서 건설기계 분야에도 전동화(전기로 움직임) 바람이 불었지만, 낮은 성능 탓에 판매는 거의 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 건설기계를 구매하면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올해 보조금 지급은 한 건에 불과하다.
30일 건설기계 업계에 따르면 HD현대건설기계(267270)는 다음 달 1.9톤(t) 전기 미니 굴착기를 출시할 예정이었으나, 양산 계획을 올 하반기로 미뤘다. HD현대건설기계의 전기 미니 굴착기는 32㎾ 배터리 용량에 최대 8시간의 가동시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해 HD현대인프라코어(042670)가 출시한 디벨론 1.7t 전기 미니 굴착기 DX20ZE에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20㎾h급 배터리가 장착됐다. 가동 시간은 최대 4시간, 배터리 충전 시간은 완속 기준 6시간이다. 충전에 걸리는 시간 대비 가동 시간이 짧다는 평가가 나와 판매가 부진했다.
이 굴착기의 가격은 4800만원이다. 최근 판매가 저조해 700만원을 할인했고 정부 보조금 1590만원을 더하면 25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어 동급 디젤 모델(2700만~3300만원)보다 가격 경쟁력이 있지만, 짧은 가동 시간 탓에 판매는 원활하지 않다.
지난해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등은 건설기계 배출가스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 감축을 추진하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베를린, 노르웨이 오슬로, 영국 런던 등은 건설 공사에 무공해 장비를 의무화하는 정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건설기계 전반에 전동화 바람이 불었다.
크기가 작아 도심 지역에서 활용도가 높은 6t 미만 미니 굴착기는 전동화 흐름을 타고 신제품이 속속 등장했다. 전기 미니 굴착기는 환경 규제를 만족하는 동시에 내연기관보다 진동과 소음이 현저히 적다.
그러나 효율성이 떨어져 건설 현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볼보그룹코리아(옛 볼보건설기계)가 2022년 선보인 전기 미니 굴착기 ECR25 일렉트릭은 가동 시간이 최대 4시간에 불과해 출시 첫 해 2대 계약을 끝으로 판매량 집계가 되지 않고 있다. 해당 제품은 판매 가격도 6000만원대 초반으로 상대적으로 비싸다.
정부가 올해 전기 건설기계 122대에 책정한 보조금도 29일 현재까지 단 한 건만 지급됐다. 접수(계약)는 인천(5대), 경기 화성(2대), 포천(1대) 등인데, 출고가 되지 않아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