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독일, 프랑스 등 수입 농기계가 국내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농업 인구 고령화와 유휴지 증가로 위탁 경작이 늘면서 대형 트랙터 수요가 커진 영향이다. 수입 농기계의 가격은 국산보다 20~30% 정도 비싸지만, 성능은 더 좋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농기계 업체인 대동(000490)TYM(002900)은 수출 확대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5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트랙터 수입액은 총 1억3500만달러(약 183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다. 생산지별로 보면 일본 5320만달러(약 724억원), 독일 3500만달러(약 476억원), 영국 2160만달러(약 294억원)를 기록했다. 이어 프랑스 950만달러(약 129억원), 이탈리아 810만달러(약 110억원)로 집계됐다.

세계 시장 점유율 2위인 유럽의 다국적 브랜드 '뉴홀랜드' 트랙터. /뉴홀랜드 제공
그래픽=정서희

일본산 수입액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가운데 유럽산 수입액 증가폭이 컸다. 독일산과 영국산 수입액은 전년 대비 62%, 402% 늘었고, 프랑스산과 이탈리아산도 70%, 84% 늘었다.

전체 트랙터 수입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일본산 39.3%, 독일산 25.8%, 영국산 15.9%, 프랑스산 7%, 이탈리아산 6%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본산이 과반을 차지했으나 올해 유럽산 수입이 늘면서 일본산 비중은 전년 동기 대비 15.4%p(포인트)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대동과 TYM의 국내 매출액(이앙기, 콤바인 포함)은 총 3420억원이었다. 이 가운데 트랙터 매출은 약 70%정도(약 2400억원)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트랙터 수입액은 1억1883만달러(약 1614억원)로 대동·TYM의 3분의 2 수준이다.

수입산 트랙터를 크기별로 나눠 보면 100마력 이상의 대형 모델이 56%를 차지한다. 내수시장 침체에도 중대형 위주로 수입이 늘었다. 이는 국내에서 위탁 경작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농업인구가 고령화되면서 경작되지 못한 채 방치되는 논밭이 늘고 있는데, 고령자들이 이런 유휴지를 외부에 위탁해 경작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위탁 경작을 하는 영업농은 본인 경작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을 경작할 수 있는 대형 트랙터를 선호해 국내에선 대형 트랙터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정서희

대동과 TYM은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수출 다변화로 활로를 찾고 있다. 두 회사 제품은 최근 잇따라 정부의 자율주행 시험을 통과했다. 농기계 자율주행은 총 4단계로 구분된다. 1, 2단계는 자율주행만 가능하고 농사 작업은 사람이 해야 한다. 3단계부터는 농사도 기계가 할 수 있다. 4단계는 완전한 무인 자율주행, 자율작업이 가능하다.

대동은 지난달 대형 트랙터와 콤바인이 3단계 자율주행 국가시험을 통과했다. 올해 안으로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대동은 2026년까지 4단계 자율주행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TYM은 지난 5월 트랙터와 이앙기가 각각 1단계, 2단계 자율주행 국가시험을 통과했다. 더욱 정밀한 2단계 자율주행이 가능한 신제품 모델이 내년 출시된다. TYM은 2026년까지 완전 무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출을 늘리기 위해 대동은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유럽 법인 매출 증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TYM은 미국 조지아 공장 생산량을 늘린다. 내년 하반기에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생산량이 2만대가량 늘어난다. 매출은 1조원 이상을 더 창출해낼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