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철 SKC 사장./SKC 제공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을 생산하는 SKC(011790)가 조만간 북미 공장 부지를 확정한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동시에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미국 내에선 조지아주가 유력한 후보지로 꼽힌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안팎의 얇은 구리포일로 전기차 이차전지 음극집전체에 사용되는 핵심 소재다. 동박이 얇을수록 더 많은 음극활물질(양극에서 나온 리튬이온을 저장, 방출하면서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하는 물질)을 넣을 수 있어 가벼우면서도 높은 용량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박원철(사진) SKC 사장은 지난 6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지아주와 4~5개 주를 두고 (공장 부지) 경합을 했는데, 조지아가 전기세 등 여러 면에서 낫다”고 말했다. SKC는 1999년 SK그룹 최초의 미국 공장이자 SKC 모태 사업인 필름공장을 조지아주에 지으면서 해당 지역과 협력해 왔다.

SKC는 작년 10월 전북 SK넥실리스 정읍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과 캐나다에 한 곳씩 동박 공장을 건설한다는 증설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SKC 자회사인 SK넥실리스는 2021년 기준 세계 동박 시장 점유율 22%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말레이시아와 폴란드에도 공장을 짓는 등 글로벌 생산 체제 구축에 한창이다.

배터리 산업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캐나다 역시 SKC에 ‘통 큰’ 혜택을 제시하며 구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최근 캐나다 경제부 장관을 만났는데 통 큰 제안을 했다”며 “동박 5만톤(t) 공장을 짓는 데 1조원 가까이 들어가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작년 말 부지를 결정하고 미국 측과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 했지만 캐나다의 혜택 제시에 다소 ‘혼선’이 왔다고도 했다. 그는 “자금 조달에 비용이 많이 드는 상황이라 해도 저희는 미리 준비해놔서 큰 걱정이 없지만, 그래도 (캐나다의 제안은) 무시할 수 없다”며 “이원화 등 내부적인 안은 이미 다 만들었고, 마지막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세부 규정 최종안이 오는 3월 발표될 예정이라 SKC의 동박 공장 부지 선정은 그 이후가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정부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과 부품 조건의 구체적 지침을 마련 중이다. 이에 따라 배터리 기업들의 생산 전략이 바뀔 수 있는 만큼, SKC와 같은 동박 기업들도 이를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