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9.81파크’를 운영하는 모노리스의 김종석 공동대표는 최근 조선비즈 인터뷰에서 “부지를 찾아 매입하는 데만 1년 반이 걸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모노리스는 8년차 스타트업으로, IT(정보기술)와 레이싱 게임을 융합한 테마파크 9.81파크를 개발했다. 9.81파크는 중력가속도(g=9.81m/s²)를 엔진 삼아 경사진 내리막 트랙을 달리는 ‘다운힐 레이싱’ 테마파크다. 무동력 레이싱을 마치고 나면 자율주행으로 오르막을 올라 출발지로 복귀한다. 내리막에선 협재 바다와 비양도를, 오르막에선 한라산을 볼 수 있다. 김 대표가 부지 선정에 오랜 공을 들인 결과다.

9.81파크는 입소문을 타고 오픈 1년 만인 지난해 47만명이 찾은 관광 명소가 됐다. 최근 프리IPO(상장 전 지분 투자)를 마무리했고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청구를 신청했다. 김 대표를 지난달 9.81파크에서 만났다.

제주 9.81파크를 운영하고 있는 모노리스의 김종석 대표가 창업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신소현 PD

-투자회사 출신으로 알고 있다. 모노리스는 어떻게 창업하게 됐나.

“창업 전 8년 동안 IT 분야 투자 일을 했다. 수백개 인터넷 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는데, 이 분야는 5년만 지나도 완전히 바뀌어버릴 정도로 혁신이 빠르더라. 그러다 문득 ‘왜 테마파크 같은 오프라인 놀이 공간은 혁신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기술이 융합된 형태의 놀이시설에 대한 구상을 떠올리게 됐다.

하지만 바로 창업을 하기엔 경험이 부족했다. 그래서 경영대학원에 진학했고 그곳에서 공동 창업자인 김나영 대표를 만났다. 비슷한 시기에 한 창업자로부터 제주도에서 착시미술 박물관 사업을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모노리스 창업에 큰 도움이 될 거라 판단해 제주로 내려가 많이 고생했다. 3년여 만에 국내외 여러 곳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매각에 성공했고, 매각으로 번 자금 덕에 모노리스를 창업할 수 있게 됐다.”

-9.81파크 부지를 매입한 이야기가 극적이다.

“오로지 중력가속도만으로 레이싱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땅의 경사도가 중요했다. 적합한 부지를 찾느라 1년 동안 안 가본 부동산이 없다. 그런데 매물을 찾아다니는 것으로는 한계가 컸다. 결국 개발자들과 함께 자체 지리정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제주를 18만개의 칸으로 쪼갠 뒤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넣어 지역을 선별했다. 그렇게 50개의 후보지가 나왔다. 한 곳 한 곳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기어를 중립으로 놨을 때 어떻게 내려가는지 등을 직접 테스트했다.

결국 1년여 만에 제일 좋은 땅을 찾아냈다. 소유주는 한 명이었다. 서울에서 전자상가를 운영하는 분이었다. 가게에 무작정 찾아 가서 ‘당신의 땅은 최고의 땅이다. 우리 사업도 최고의 사업이다. 당신 땅 위에 우리 사업을 올리면 명품이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처음엔 황당해 하셨지만 사업에 대해 오랜 시간 진지하게 설명하니 결국 좋은 조건에 매각을 결정해주셨다. 그리고 그 돈을 모노리스에 다시 투자해 지금은 2대 주주이자 공동운명체가 됐다.”

모노리스 제공

-공식 오픈 1년 만에 연간 47만명이 찾는 관광명소가 됐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제주도다운 콘텐츠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제주 관광객들은 제주에서만 할 수 있는 경험을 하러 온다. 9.81파크는 기획할 때부터 철저하게 제주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자연언덕에서의 이색적인 경험을 통해 제주를 새롭게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기획 의도다.

또 한 가지는 스포츠와 게임 요소가 녹아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9.81파크는 레이싱이라는 ‘스포츠’ 속성을 가지면서도, 동시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레이싱 데이터 확인은 물론 순위 경쟁을 하는 등 ‘게임’과 같은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또 연말에는 챔피언스 대회를 연다. 매월 열리는 예선전에서 10위 안에 들어야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일회성 관광상품이 아닌 연속성을 가지는 스포츠 게임에 가까운 것이다. 이 때문에 재방문객이 많이 늘어나고 있고 실제로 2년 동안 28회 방문해 296회 레이스를 하신 분도 있다.”

-테마파크라고 하면 디즈니 같은 콘텐츠 기업이 떠오르는데, 모노리스는 그보다는 IT 기업처럼 보인다.

“그렇다. 모노리스 직원의 65%가 개발자다. 테마파크가 하나의 거대한 컴퓨터 시스템이라고 보면 된다. 하드웨어 기술과 세계관을 결합해 몰입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모노리스도 여타 테마파크들과는 같은 구조를 띠고 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IT기술로 이용자간의 연결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레이싱을 통해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이용자들이 서로 도전하고 함께 성장하면서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도록 하는 것이 우리 사업의 핵심이다.”

-2024년 인천에 2호점을 연다고 들었다.

“게임은 연속성이 핵심이다. 직장인들이 주말에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듯이 반복적으로 즐길 수 있게 하려면 접근성이 좋은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인천국제공항은 연간 7000만명이 이용하는 대한민국의 관문 아닌가. 한국에 입국하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환승객들까지 유입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때마침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유치 제안이 들어와 도심형 실내 테마파크로 기획해 개발 중이다. 트랙 길이와 주행 시간이 제주 1호점보다 2배 이상 길다. 실내라는 특성을 활용해 AR(증강현실)과 인터랙티브 미디어 기술이 적용된 레이싱 환경을 구축하려 한다.”

-모노리스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나.

“지금까지 구축한 브랜드와 기술 등 IP(지식재산권)를 바탕으로 가맹사업을 하려 한다. 국내외 가맹사업자에게 제품과 기술, IP, 브랜드, 시스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공급 매출과 로열티 매출을 창출하는 것이다. 올해 안에 국내 가맹을 시작하고 내년부터는 해외 가맹을 시작할 계획이다.

궁극적으로는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다. 현실 속의 테마파크와 똑같은 가상 테마파크를 만들어 이용자들이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레이싱을 즐기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테마파크에 직접 오지 않아도 메타버스 테마파크에 접속해 함께 게임을 즐기는 것이다. 가상이든 현실이든 이용자들은 함께 실시간 경쟁을 하게 된다. AR을 활용해 아이템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테면 현실판 ‘카트라이더’ 같은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