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는 아르헨티나의 고성능 리튬 화합물 제조업체인 리벤트(Livent Corporation)의 1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를 크게 웃돈 것이 화제가 됐다. 지난해 리튬 가격 고공 행진에도 글로벌 리튬 기업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나 올해 1분기 리벤트의 실적이 예상치를 넘어서자 “리튬 가격이 본격적으로 배터리 가격에 반영될 시점이 왔다”는 전망이 나온 것이다.

23일 배터리 업계와 현지 보도 등에 따르면 리벤트는 1분기에 1억4350만달러의 매출액과 21센트의 주당 순이익(EPS)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EPS는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을 그 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수로 나눈 값이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56%, EPS는 950% 성장했다. 앞서 미국 월가는 리벤트의 1분기 매출을 약 1억4000만달러, EPS는 13센트로 예상했었다. 매출과 EPS 모두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아르헨티나 최대 리튬 생산업체인 리벤트의 리튬 광산./리벤트 홈페이지

리벤트는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올해 연간으로 매출 8억달러에 EBITDA(에비타·법인세 이자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가 3억2000만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실적 전망치를 내놨다. 이는 월가 예상을 크게 뛰어넘는 수치다. 월가는 연초 매출 6억3800만달러, 에비타 2억2000만달러를 전망했다. 이 회사도 연초에는 5억7000만달러 매출에 1억8000만달러의 에비타를 전망했으나 1분기 만에 연간 매출과 에비타를 1.5배씩 높게 산정했다.

국내 배터리 업계는 리벤트의 1분기 실적과 전망치에 주목했다. 시장 예상보다 빨리 리튬 가격 인상분이 리벤트 매출에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리튬은 현재 전기차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이온배터리의 핵심 소재로 사용된다. 리튬이온은 양극과 음극을 오가며 전기를 발생시키는 역할을 한다. 전기차 외에 노트북과 스마트폰, 전동공구, 무선 청소기 등 거의 모든 충전식 전자기기에 리튬이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지난해 글로벌 공급망 교란과 전기차 시장 급성장 등으로 리튬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리튬의 가격은 kg당 약 1만원이었으나 올해 1월에는 약 5만7000원으로 457% 올랐다. 리튬 가격 급등에도 글로벌 리튬기업들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었다. 보통 리튬 가공업체나 배터리 기업들은 리튬 생산업체와 장기로 공급 계약을 맺거나 미리 대량으로 리튬을 확보해둔다. 이런 계약 특성상 지난해에는 리튬 시장가를 판매가에 반영하지 못했던 것이다.

남미의 리튬 광산 모습./포스코 제공

리벤트의 1분기 매출이 예상치를 넘어선 것은 올해 리튬 공급 재계약에 나선 거래처에 예상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배터리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여기에 단기 계약 위주로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연간 매출도 연초 예상 수준을 크게 넘어설 것으로 회사는 전망했다는 것이다.

국내 배터리 업체도 재계약 시점에 높은 가격을 주고 리튬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원재료 인상분을 제품 가격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중국 배터리 업체들과의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점이다. 테슬라와 픅스바겐 등은 자사의 저가 전기차 모델에 국내 기업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NCM) 배터리보다 20~30% 저렴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채택했다. LFP는 중국 배터리 기업이 주로 생산하는 제품이다. 중국은 리튬화합물 시장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 배터리 업체는 리튬 확보 부담이 국내 기업보다 덜하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이미 중국 리튬 가공 업체들이 한국 기업에 1~3개월의 단기 계약을 맺자고 압박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순차적으로 리튬 가격 인상분이 배터리 원가에 반영된다. 원재료 가격을 모두 배터리 판매가에 반영할 수 없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