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초기였던 2020년 초 배럴당 10달러대까지 떨어졌던 항공유 가격이 7배 이상 상승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 등장해 국제 여객 수요는 여전히 지지부진한데 항공유 가격은 계속 올라 항공사들은 부담이 커지게 됐다. 반면 정유업계는 항공유가 고마진 제품인 만큼 가격 상승세를 반기고 있다.

10일 정유업계와 글로벌 에너지 분석 정보업체 S&P글로벌플래츠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제 항공유 가격은 배럴당 97.41달러를 기록했다. 항공유 가격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하던 2020년 4월 22일에 배럴당 13.06달러까지 폭락했었다. 항공유 가격은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월(70달러대) 수준까지 넘어섰다.

인천공항 항공유 저유시설을 뒤로 하고 이륙하는 항공기./연합뉴스

항공유 가격이 상승한 것은 국제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항공유 가격이 최저점을 찍었던 2020년 4월 22일 두바이유는 배럴당 13.52달러에 불과했다. 그러나 경기가 회복되면서 원유 수요가 늘어난 반면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을 유지하면서 고유가 흐름이 나타났다. 7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80.55달러다.

항공유와 두바이유간 스프레드(가격 차이)는 2020년 1월 배럴당 11.1달러에서 같은 해 9월 -2.18달러로 역전됐다. 그러다 점차 차이를 벌리기 시작해 지난해 5월 5.39달러, 10월 11.44달러까지 회복됐다. 11월엔 8.85달러로 다소 좁혀지긴 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2월(8.82달러)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항공유와 두바이유 스프레드 확대는 항공업계와 정유업계에 정반대로 작용하고 있다. 먼저 항공업계의 수익성엔 치명적이다. 여객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현 상황에서 항공유 가격 상승은 투입비용 증가를 의미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전 세계 항공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지난해 10월 발간한 ‘항공업계 신뢰도 지수(Airline Business Confidence Index)’ 보고서에 따르면, 항공사 중 47%는 연료비 등 투입 비용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이는 직전 조사인 7월 보고서(33%)보다 14%포인트(P) 상승한 것이다. 향후 1년간 투입 비용 전망에서도 44%가 ‘증가’를 예상해 기존 조사(30%)보다 늘었다.

IATA는 11~12월 ‘항공사 재정 모니터(Airlines Financial Monitor)’ 보고서에서 “항공사의 재정에 대한 추가적인 압력은 연료 가격 상승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여객 수송량은 코로나19 위기 이전 대비 50% 이상 감소했지만 항공유 가격은 2019년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할 경우 항공사는 통상 3000만달러(약 360억원) 손익 변동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유업계엔 호재다. 항공유는 주요 석유 제품 중에서도 마진이 높은 제품으로 꼽힌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휘발유는 지난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한 반면, 항공유는 휘발유만큼 가파른 회복세를 보여주지 못했다”며 “코로나19 이전엔 (항공유-두바이유 스프레드가) 10~15달러 사이에서 움직였던 만큼, 상승 여지가 더 있다”고 말했다.

올해 항공유 수요와 가격은 점진적으로 우상향할 것으로 전망된다. S&P글로벌플래츠는 “항공유를 포함한 등유 수요는 지난해 일평균 530만배럴에서 올해 690만배럴까지 회복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도 “이는 2019년 일평균 810만배럴에는 못미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항공 수요는 2024년에 완전히 회복돼 2019년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