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방산 기업들이 기존에 보유한 방위산업(방산) 분야 첨단기술을 활용해 민수(民需·민간에서 필요한 것) 시장에서 신성장 먹거리를 발굴하고 있다.

22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시스템(272210)은 최근 자동차 전장(電裝) 부품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차량용 센서업체인 트루윈과 합작법인(JV)을 세우고, 자율주행차의 '눈'이라 불리는 나이트비전(열영상 카메라)의 핵심 부품인 IR(Infrared·적외선) 센서 및 전장 센서와 같은 MEMS(미세전자기계시스템)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나선 것이다. 이 중 일부는 현대차(005380)그룹의 전기차에 공급을 추진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한화시스템이 개발한 지능형 열화상엔진모듈 '퀀텀레드'. /한화시스템 제공

한화시스템은 방산 외에 민수 분야에서 크게 세 축의 미래 사업을 선정했다. UAM(도심항공교통), 인공위성, 차량 전장 등이다. 모두 기존에 방산 분야에서 축적해온 기술 역량과 연계성이 높다. 방산 통신·레이다 기술은 현재 개발 중인 UAM 기체 '버터플라이'와 저궤도 인공위성 안테나에 각각 적용됐다. 이번에 진출한 차량 전장사업에는 기존에 전차·장갑차 등에 쓰이던 전자광학 및 적외선 센서 기술을 이용했다.

LIG넥스원(079550)·한국항공우주(047810)산업(KAI) 등 국내 주요 방산업체들도 민수 시장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국방 예산을 방산업체들이 나눠 먹는 업계의 특성상 지속적인 외형 성장에 한계가 있다"면서 "신사업이 방산 기업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더라도, 결국 기존에 보유한 방산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 폭을 넓힐 수 있는 민수 기반 미래사업을 키우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 /한화디펜스 제공

또 다른 한화 방산 계열사인 한화디펜스는 장갑차 '레드백(Redback)', K9 자주포 등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그러나 올해 들어서는 친환경 선박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에 몰두하고 있다. 기존 사업과 다소 연관성이 낮아 보이지만, 이는 한화디펜스가 그동안 잠수함용 리튬전지체계 사업에서 축적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했다. 선박용 ESS는 국제해사기구(IMO)의 온실가스 규제와 유럽연합(EU)의 배출권거래제(EU-ETS) 등 친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수익이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부분의 매출을 국방산업에서 올리는 순수방산업체였던 LIG넥스원은 최근 민수 시장 비중이 큰 드론·인공지능(AI)·착용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에 열을 올리고 있다. LIG넥스원은 기존에 있던 항공사업부를 항공드론사업부로, 항공연구소를 항공드론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이와 더불어 드론 관련 인력도 보강했다. 그동안 확보한 항공·감시정찰·유도무기 등의 기술을 활용한 것으로, 드론 사업을 사업부 단위에서 중점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LIG넥스원 구미 생산본부에서 이건혁(왼쪽) PGM부문장과 김현덕 경북대 첨단정보통신융합산업기술원장이 'AI 미래 신기술 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LIG넥스원 제공

LIG넥스원은 국내 대학 및 연구기관과 손잡고 첨단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세웠다. 지난 석 달간 LIG넥스원이 맺은 업무협약(MOU)을 보면, 지난달엔 경북대와 AI 미래 신기술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지난 7월에는 금오공대와 3D프린팅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6월에는 AI 양재허브와 미래 신기술 R&D(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었다. 이렇게 LIG넥스원이 올해 들어 체결한 MOU는 11건에 달한다.

전투기·헬기·무인기 등 다양한 항공기를 개발해 온 KAI는 축적해 온 기술과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큰 항공우주 분야에서 먹거리를 찾고 있다. KAI는 이달 ▲UAM ▲위성·우주 발사체 ▲항공전자 ▲유무인 복합체계(MUM-T) ▲시뮬레이션·SW(소프트웨어) 등 5대 미래사업 분야에서 대규모 인재 채용에 나섰다. 민간기업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에 맞춰 UAM·위성 영상 서비스 분야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