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1만대당 연간 전기차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나는 경우도 드물다는 지적이다.

현대차(005380)그룹은 29일 “최근 전기차 화재가 많다는 인상을 주고 있지만 이는 오해이며 사실과 다르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포비아(공포증)가 과도하게 확산하는 만큼,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해소한다는 취지의 자료를 발표했다.

지난 27일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단지에서 열린 '전기차 등 지하주차장 화재 대응 합동소방훈련'에서 소방대원들이 차량화재 진압 시연을 하고 있다. /부산소방본부 제공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년) 자동차 화재는 비(非)전기차와 전기차를 합해 매년 4500건 이상 발생했다. 지난해에는 하루 약 13건, 총 480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다만 연도별 자동차 누적 등록 대수를 기준으로 산출한 1만대당 화재 건수는 지난해 기준 전기차(1.32건)가 비전기차(1.86건)보다 30% 가량 적었다.

현대차그룹은 “소방청의 화재 통계는 충돌 사고, 외부 요인, 전장 부품 손상 등에 따른 화재를 모두 포함하고 있고 초소형 전기차, 초소형 전기화물차, 전기삼륜차까지 함께 집계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을 제외하면 승용 전기차에서 고전압 배터리만의 원인으로 화재가 난 사례는 훨씬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 열폭주 때문에 진압이 어렵고, 차량이 전소돼야 불이 꺼진다는 주장도 일부만 맞다고 해명했다. 전기차 화재는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여러 요인으로 인해 발생하고, 기타 부품 등 외부 요인에서 비롯된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는 배터리 열폭주를 수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배터리팩은 고도의 내화·내열성을 갖춰 배터리 이외 요인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불이 쉽게 옮겨붙지 않는다. 최신 전기차에는 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때도 열폭주 전이를 지연시키는 기술이 탑재돼 화재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설명이다.

지난 1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동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 전기차 충전소에 전기차 화재 예방법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전기차 화재가 내연기관차 화재보다 온도가 더 높게 치솟는다는 주장도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1킬로와트시(kWh)의 열량은 3.6메가줄(MJ)로 가솔린 1리터의 열량 32.4MJ보다 낮다”며 “같은 용량이라면 열량이 높은 연료를 싣고 있는 내연기관차의 화재 확산 속도가 더 빠르고 차량 외부 온도도 더 높이 오르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지하주차장 등 실내에서 자동차 화재가 발생한 경우 차량 종류와 무관하게 스프링클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화재소방학회가 지난 4월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스프링클러 작동만으로도 인접 차량으로의 화재 전이를 차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실제로 지난 5월 전북 군산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스프링클러가 정상 작동해 45분 만에 진화되며 화재 피해를 최소화했다. 반면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은 경우에는 내연기관차 화재더라도 피해 규모가 컸다.

또 배터리 충전량 제한이 근본적인 화재 안전 대책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배터리 충전량(SoC) 90% 이하의 전기차만 공동주택 지하주차장 출입을 허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용 배터리는 100% 충전해도 충분한 안전범위 내에서 관리되도록 설계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배터리 내구 수명을 확보하기 위해 제조사들이 일정 수준의 내구 성능 마진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고객에게 안내하는 시스템상의 100%는 실제 100%가 아니다”며 “만에 하나 문제가 발생해도 BMS가 과충전을 차단하고 제어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