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세아제지(002310) 세종공장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국내 제지산업 전반의 안전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30일 제지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주요 제지사업장 4곳에서 근로자 4명이 작업 중 사망했다.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을 비롯해 이 회사 계열사 제일산업 안성공장, 한솔제지(213500) 대전 신탄진공장, 한국제지(027970) 대구 현풍공장에서 사고가 이어졌다. 사고 유형은 '추락'과 '끼임'이었다.

제지공장 내 릴(reel) 공정은 작업자가 파지를 투입하는 과정에서 하부 교반기로 추락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존재한다. /고용노동부 제공
그래픽=손민균

아세아제지 세종공장에서 지난 24일 근로자 1명이 작업 중 설비 하부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근로자는 종이를 큰 롤 형태로 감는 릴(reel) 공정에서 발생한 파지(불량 종이)를 재처리 설비인 리릴러(rereeler) 투입구로 옮기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이 공정에서는 파지를 투입구에 넣으면 약 4m 아래에 있는 교반기로 떨어져 물과 함께 분해된다. 사고는 작업 중 열린 투입구를 통해 근로자가 교반기로 떨어지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유사한 사고는 다른 사업장에서도 반복됐다. 한솔제지 신탄진공장에서는 지난해 7월 근로자가 동일하게 파지 투입 작업 중 개방된 투입구를 통해 약 5m 아래 교반기로 추락해 사망했다.

끼임 사고도 발생했다. 지난해 11월 한국제지 대구 현풍공장에서는 도색 롤러를 청소하던 근로자가 회전 설비에 끼여 숨졌다. 앞서 7월에는 제일산업 안성공장에서 골판지 원지 운반 설비에 근로자가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제지산업은 재해 발생률 자체도 높은 업종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목재 및 종이 제품 제조업'의 재해 발생률은 0.96%였다. 근로자 100명 중 약 0.96명이 작업 중 재해를 입는다는 의미로 제조업 평균(0.60%)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사망 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 재해수) 역시 1.18로, 제조업 평균(1.01)보다 높았다.

그래픽=손민균

제지공장에서 동일한 사고가 반복되는 원인은 공정 구조의 위험성과 작업 방식의 한계로 지목된다. 제지공정은 대형 회전 설비와 고층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되고, 파지 투입구와 교반기 간 높이가 4~6m에 달해 추락 위험이 상존한다. 여기에 설비가 가동 중인 상태에서 작업자의 직접 개입이 불가피해 사고 위험이 더욱 커진다는 분석이다.

근무 환경도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대부분 제지공장은 24시간 가동되는 4조 3교대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주야간 교대에 따른 피로 누적과 집중력 저하가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제지공장의 안전 확보를 위해 설비 구조 개선과 현장 안전관리 체계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진우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단기간에 설비를 전면 교체하기는 어려운 만큼, 파지 투입구 등 고위험 구간의 방호장치를 강화하고 장기적인 구조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며 "고위험 작업은 2인 1조 운영 등 상호 감시 체계를 도입해 실질적인 사고 예방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정 교수는 "현행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업이 사후 처벌을 회피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드는 측면이 있다"며 "사고 원인을 스스로 분석할수록 책임이 커지는 구조인 만큼, 정부는 처벌 중심에서 나아가 원인 규명과 예방 중심의 안전 시스템 구축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