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카(MICA·운모), 그중에서도 흑운모는 1200도 화재에서 20분 이상 버틸 수 있어요. 화재를 막을 수는 없지만, 불붙은 리튬 배터리의 연기와 불길이 인근으로 옮겨붙는 것을 막거나 지연시켜 피해를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5일 서울 마포구에서 만난 이동호 데이터마이카(DataMica) 코리아 대표는 “최근 아리셀 화재에서 볼 수 있듯 한 개의 리튬 배터리에서 발생한 화재는 옆에 있는 리튬 배터리에도 영향을 주어 연속 발화, 순식간에 팡팡 열폭주 형태로 번져 나간다. 마이카가 들어있는 박스에 배터리를 분리 보관했다면, 이런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전기차도 마찬가지”라면서 “전기차는 화재 시 방전이 되면서 문이 안 열리고, 좌석도 움직이지 않는 등 탈출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단열재인 마이카를 넣으면 탈출할 시간 30분 정도를 벌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간 히터기, 인쇄회로기판(PCB), 드라이기 등에 주로 쓰이던 마이카가 전기차 시대를 맞아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카 중에서도 내구성이 좋은 흑운모가 특히 전기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선 마다가스카르, 스리랑카에서만 나는 흑운모를 돌덩이째로 사다가 이를 갈아 납작하게 판지 형태로 업체들에 납품한다. 중국 글로리(GLORY), 파마이카(PAMICA), 구디(GOODE) 등 상위 3개 마이카 업체는 상장사로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이 대표는 “이들은 영업사원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다”며 “테슬라 같은 업체들이 알아서 찾아와 연간 몇 개 사 갈 테니 팔아달라고 하는 식”이라고 했다.
이 대표가 있는 데이터마이카는 1996년 중국 상하이에 설립된 마이카 업계 5위 업체다. 테슬라를 꺾고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1위를 차지한(작년 4분기 기준) 중국 비야디(BYD)가 최대 고객사다.
KCC(002380)에서 산업용 전기 차단기 영업을 시작으로, 글로벌 기업인 타이코(TYCO)에서 단열, 화재, 전기 관련 제품을 영업하면서 전문성을 키워온 이 대표는 자동차 업계로부터 ‘화재가 났을 때 돌로 견딜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세라믹만큼 강하면서 깨지지 않는 마이카라는 소재를 찾게 되고, 산업의 유망성을 봤다고 했다.
그는 데이터마이카 본사로 직접 연락해 한국 진출을 설득, 타진시켰다. 현대차(005380)그룹이 있는 한국 시장은 데이터마이카로서도 희망 진출 지역이었다.
이 대표가 100% 지분을 가진 데이터마이카 코리아는 본사와 마이카를 포함한 모든 원자재 장기공급 계약을 맺었다. 또 중국 이외 지역으로의 판매 독점 영업권 계약도 체결한 상태다.
현재 데이터마이카 코리아는 현대차 1군 협력업체를 통해 기술, 가격 검증과 품질 테스트를 거쳐 테스트 차에 마이카를 납품하는 업체로 최종 선정된 상태다.
현대모비스(012330)와는 열폭주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제품을 공동 개발 중이다. 이외에 LG에너지솔루션(373220)에도 내년 마이카 납품을 추진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도 마이카를 수입해다가 생산·납품하는 경쟁 업체가 있지만, 이들보다 가격이 4~5배는 저렴하기 때문에 후발주자여도 경쟁력이 있다”고 했다.
데이터마이카는 흑운모 원광 확보부터 마이카 판지 생산, 이후 3차원(3D) 성형 등에 이르는 모든 공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고 있어 이런 가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매출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점, 중국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 때문에 투자 유치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마이카를 취급하는 업체가 몇 안 되기 때문에 복수 거래처로 물량을 최소 20~30% 확보할 수 있으며, 마이카는 핵심 광물이 아니고, 배터리나 자동차에 쓰이는 양은 소량에 금액도 적기 때문에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규제 대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1차적으론 연말까지 50억원의 투자를 받아 본사 성형라인을 추가 증설해 국내 기업 납품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향후에 투자금을 더 받으면 중국이 아닌 해외 공장에서 마이카를 자체 생산해 국내를 비롯, 해외로 납품한다는 계획이다. 중국 생산이라는 리스크(위험 요인) 자체를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