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맥주 소비가 줄어든 가운데 한국 맥주가 해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절주 문화 확산과 음주 빈도 감소로 내수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대만과 몽골 등에서 '케이(K) 맥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18일 농식품수출정보(KATI)에 따르면 한국의 대만 주류 수출량은 2024년 411만6447리터(ℓ)에서 2025년 1187만4570ℓ로 급증했다. 특히 맥주의 경우 같은 기간 95만8413ℓ에서 766만9392ℓ로 늘면서 수출 규모가 약 8배 커졌다. 이 기간 한국 맥주는 대만 수입 맥주 시장에서 5위를 차지했다.

몽골에서도 성장세가 뚜렷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한국 맥주의 대(對)몽골 수출량은 2만3362톤(t)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전체 맥주 수출의 31.5%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수치다. 이 기간 몽골은 맥주 수출량 국가별 순위에서 1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대만과 몽골에서 한국 맥주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배경으로 한류 영향과 현지 유통 환경 변화를 꼽는다. 영화·음악·드라마 등 K콘텐츠 확산으로 한국 음식과 함께 K맥주를 즐기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편의점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수입 맥주 유통이 확대되면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분석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비교적 가벼운 도수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면서 현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국 맥주 소비량이 느는 추세"라며 "특히 몽골은 GS25·CU 등 유통업체가 현지 유통망을 구축하면서 K맥주의 소비자 접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국내 주류 시장의 맥주 소비는 위축된 상태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15년 401만㎘였던 국내 주류 출고량은 2024년 기준 315만㎘ 수준으로 21.5% 줄었다. 맥주 출고량도 2016년 이후 계속 감소하다가 지난해 160만㎘ 수준까지 내려온 것으로 집계됐다. 절주 문화 확산과 음주 빈도 감소가 장기적인 수요 위축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주류업체들은 한국 맥주의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이트진로(000080)는 기존 소주 중심의 전략에서 맥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공급망을 강화할 뿐 아니라 몽골 현지에서 운영 중인 CU 편의점과 협업해 '켈리'를 출시하는 등 현지 유통망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OB맥주는 글로벌 1위 맥주기업 AB인베브의 생산·유통망을 활용해 대표 제품 '카스'를 일본·미국·몽골 등으로 수출하고 있다. 롯데칠성(005300)도 '크러시'와 '클라우드'를 중심으로 몽골 시장을 공략하는 등 현지 수요 확대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주류 시장이 구조적인 감소 국면에 접어든 만큼 해외 시장 확대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본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이미 성장 한계가 뚜렷해진 상황"이라며 "대만과 몽골처럼 초기 수요가 빠르게 형성되는 시장을 선점하는 게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뿐 아니라 향후 실적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맥주는 브랜드보다는 유통과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장"이라며 "해외 유통망 확보가 K맥주 붐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