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세 번째 피규어 구매입니다. 한정판으로 판다고 해서 여기까지 왔어요” (29세 김준이씨)
지난 20일 낮 12시 30분, 서울 맘스터치랩 가든 역삼점에는 스마일게이트의 다중접속 온라인역할 수행게임(MMORPG) ‘로스트아크’의 인기 캐릭터인 모코코 피규어 세트를 사기 위한 긴 줄이 매장 밖까지 이어졌다.
모코코 피규어 햄버거·치킨 세트를 사기 위해 대기 중이던 김상준(29)씨는 “평소 (로스트아크) 게임 랭킹 0.1% 안에 들 정도로 좋아하는데, 이곳에서만 파는 피규어 굿즈가 있다고해서 멀리서 왔다”고 말했다.
최근 유통업계엔 ‘팬덤 효과’를 노린 캐릭터 마케팅 열풍이 불고 있다.
햄버거 프랜차이즈 기업 맘스터치는 지난 1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모코코 임시매장(팝업스토어)’을 열고 모코코 캐릭터 세트 판매를 시작했다.
새벽 6시 30분부터 대기 고객이 생길 정도로 관계자들도 예상치 못한 ‘오픈런’ 사태가 발생했다. 출시 당일에만 1000명 이상의 방문객이 모코코 세트를 주문했다.
맘스터치 관계자는 전주 토요일과 비교해 매출이 3배 이상 뛰었다고 밝혔다. 평일에도 평균 300명 이상이 방문하고 있는데 이는 모코코 협업 행사 전과 비교해 50% 이상 증가한 방문객 수다.
로스트아크 게임 동호회에서 나왔다는 26세 최모씨는 “여기서만 받을 수 있는 뱃지와 포스트잇이 있는데 한정판으로만 구할 수 있다고 하니 희소성이 있는 것 같다”며 “피규어를 구매했는데 버거와 치킨이 따라오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유통업계는 캐릭터 굿즈를 한정판으로 만들어 구매자가 ‘희소성 있는 상품을 얻었다’고 느낄 수 있도록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캐릭터 모코코를 만든 스마일게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유통업계와 협업한 모코코 제품은 빠른 시간 내 완판 행렬을 기록했다.
지난해 8월 이디야와 협업해 만든 모코코 이디야 레디백은 출시 당일 3만개의 수량이 완판됐다. 이어 지난해 9월 오뚜기와 협업한 모코코 게이머즈 컵은 출시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SPC삼립(005610)이 포켓몬 캐릭터를 활용해 만든 포켓몬빵은 출시 두 달도 안돼 판매량 1000만개를 돌파했다. 이달 19일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은 1400만개를 넘었다.
띠부띠부씰(붙였다 떼는 스티커)이 아이뿐만 아니라 MZ세대(1980년~2000년대 출생) 사이에서도 향수를 일으키며 ‘빵 대신 스티커를 사는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롯데홈쇼핑 역시 자체 캐릭터사업팀에서 제작한 캐릭터 ‘벨리곰’이 인기를 끌며 MZ세대 중심으로 굿즈 매출 증가 및 인근 롯데월드몰 유입 효과를 얻었다.
롯데홈쇼핑은 서울 송파구 잠실에 위치한 석촌호수에 있는 아파트 4층 높이의 15m 대형 벨리곰과 2m 크기의 벨리곰의 전시 기간을 이달 24일까지로 연장했다.
이달 1일부터 시작한 전시는 약 2주간 방문객 260만명을 넘었다. 벨리곰 굿즈를 파는 온라인 스토어 ‘벨리곰 닷컴’의 매출은 전시 이전 대비 5배 이상 신장했고, 롯데월드몰의 일일 방문객은 30% 이상 늘었다.
지난 주말 벨리곰 전시에 다녀온 김민하(26)씨는 “벨리곰을 보려고 석촌호수에 찾아왔는데 주변에 놀거리를 찾다가 롯데월드몰에 들어가 쇼핑을 했다”며 “전시를 보러왔다가 돈을 쓰고 가게 되는 일종의 벨리곰 효과”라고 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재난 상황이 지속되면서 한정판 굿즈 소비 등을 통해 성취감을 얻으려는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명품처럼 비싼 것이 아니더라도 희소성을 가진 캐릭터 상품을 구매하며 스트레스를 풀고 ‘나를 위한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의 소비 트렌드”라고 설명했다.